‘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의 내용과 실효를 짚어보다

*전자가족관계시스템상 29학번으로 입학할 2010년 출생자 중 가장 많이 사용된 이름은 ‘지우’입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한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는 국립대학을 가칭 ‘국립한국대학’(한국대)의 이름하에 통합하는 정책으로, 세간에는 서울대학교를 한국대학교 서울캠퍼스로 바꾸는 정책이라 알려져 있다. 지난 8일(수) 대학 서열 화 해소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 정책을 다루기도 했다. 수년 동안 논란만 무성한 가운데, 『대학신문』에서는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와 이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정책의 당사자가 될 서울대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벌 해소를 위해, 대학교육의 개선을 위해

출처: 대학교육연구소,  「통계로 본 학벌사회」
출처: 대학교육연구소,  「통계로 본 학벌사회」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가 학벌주의의 철폐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종영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는 “대학이 한국의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 체제 중 하나”라며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위 권력과 공간 권력의 독점을 지목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졸업자가 정계, 관료계, 재계, 학계, 언론계의 지위 권력을 독점하고 서울 및 수도권의 엘리트 대학 집중이 공간 권력의 비대칭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학벌주의로 인해 전공보다 출신대학의 서열이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며 “대학 서열화를 완화해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인재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로 명문대 개념이 약화돼 사교육 부담이 줄 수 있다면 찬성한다”고 답한 A씨(컴퓨터공학부·19)처럼 서울대 학생 일부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영 교수는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의 세부 계획으로 공동학위제·공동입학·상호학점인정과 연구중심대학화(化)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국립한국대학’의 이름으로 묶인 서울대, 강원대, 부산대 등 10개 거점국립대학은 통합된 입학처를 통해 학생을 공동으로 선발하고 상호 학점 이수를 인정하며, 졸업생에게 동일한 이름의 학위를 수여하게 된다. 더불어 김 교수는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연구중심대학 모델을 따르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민이 이를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변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점국립대 대다수의 학문적 역량이 저조한 실정”이라며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국립대가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점대학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을 위한 전략으로 예산 확충과 학과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각 국립대에 학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립대 전반의 예산을 서울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하며, 각 국립대 학과의 교수가 부족해 연구가 원활하지 못하니 조선 분야에 강한 부산대를 중심으로 조선해양공학과를 통폐합하는 식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와 명분, 모두 오리무중?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한 학내의 우려는 적지 않다. 서울대 교수와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상향평준화? 하향평준화?=김종영 교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상향평준화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 협력, 경쟁, 전문화하는 환경이 있기에 강력한 대학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며 연구중심대학의 연합으로 성공을 거둔바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시스템’을 모델로 삼는다면 상향평준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우려는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자연대 송영민 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7)은 “자연대를 홀대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자연대를 지원하는 서울대였는데, 국공립대학통합네트워크 실시 이후 자연대의 교육 환경이 악화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며 교육의 질적 저하를 걱정했다. 재학생 B씨(컴퓨터공학부·19) 역시 “국립대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며 “서울대는 수월성 교육의 장으로 남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서열화, 해결할 수 있을까?=사립대학교를 그대로 둔다면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숭희 교수(교육학과)는 “사립대가 한국 대학의 85%에 이른다”며 “20%도 안 되는 국립대를 묶어서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 교수는 “사립대를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한편 전국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로 대학을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대 송영민 학생회장은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공립대의 위상이 사립대보다 높아져 학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임시방편을 위해 수많은 혼란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냐 반문했다. 사회대 이승준 학생회장(정치외교학부·16) 역시 “고등교육에 대한 지역 간 접근성 편차를 줄이고 대학서열화를 완화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국공립대가 통합된다 해도 채용과정에서 통합국공립대 출신들이 사립대 졸업자보다 선호된다면 결국 서열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영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방향으로 공영형 사립대학, 나아가서는 독립형 사립대학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1단계에서는 10개의 거점국립대만 네트워크에 포함되더라도 장기적으로 2단계, 3단계에서는 사립대학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내 졸업장의 가치는?=학생들은 서울대가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는 변화를 꺼리기도 했다. C씨(화학생명공학부·19)는 “다른 대학의 학생들과 똑같은 노력을 들여 공부한 것이 아니다”며 “서울대 학생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평등만 외치지 말고 차이가 있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은 수의 공감을 받아 서울대의 위상 저하에 관한 학생의 고민이 가볍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김종영 교수는 “대학통합네트워크 수용을 조건으로 서울대 예산의 30% 내외를 추가로 지원하는 안도 고려할 만하다”며 “서울대가 지위권력의 독점을 잃더라도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위치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의 저항이 강하다면 타협책으로 거점국립대학 10개를 명명할 때, 서울대를 서울1대학, 나머지 대학을 서울2대학부터 서울10대학으로 각각 명명하는 방식 역시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영 교수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가 서울대를 포함하고 있어 민감한 사항”이라며 “한국 교육 전체가 걸려 있는 문제기에 서울대 구성원들의 공론의 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는 찬반양론이 모두 각각의 근거를 들어 강력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공론장의 형성을 통해 제도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포그래픽: 김용훈 기자

huni063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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