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진(가명) 대학원 석사과정

대학원 장학금 제도가 올해부터 변경되었다고 한다.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에게 매달 일정액씩 지급되던 조교 장학금이 사라지고, 학기마다 주어졌던 수업료 면제 혜택도 없어진다.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주어졌던 장학금도 대폭 줄었다. 이런 식으로 석사과정 학생들에게서 멀어진 장학금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서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로 돌아간단다.

단과대학의 성격에 따라, 연구실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인문사회계열인 우리 연구실의 경우, 그동안 석사 과정 대학원생들이 받았던 장학금이 많지 않았다. 매달 수업 조교를 하면서 12만원 정도를 연구비로 받고, 한 학기에 40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면제받던 것이 전부였다. 금액이 적어 생계와 관련된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는 힘들었지만, 부직을 하기 힘든 바쁜 학사일정 때문에 때로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 장학금이었다.

또한 조교 장학금도 결코 쉽게 받던것이 아니다. 한 학기 동안 수업 안팎의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매우 뜻깊게 받던 장학금이었다. 이 장학금이 사라져서 당장 학교를 그만두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부직을 구해야 할 사람은 드물겠지만,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큰 의미를 지녔던 장학금임은 틀림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바뀐 제도의 근본 취지다. 모두에게 조금씩 지급되어 세세하게 도움을 주던 것을 소수의 사람들에게 몰아주겠다는 생각이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학기까지 멀쩡히 받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과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 사이의 대폭 넓어진 괴리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구해야 할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괴리감은 팀워크에 큰 문제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바뀐 제도가 정말 그 근본 취지에 잘 부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역시 별로 신통치 않다. 혜택을 받게 되는 학생은 박사과정생 전체가 아니라 교수 한 명당 고작 한 사람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박사과정 학생 절반 이상 장학금’ 같은 일간지의 헤드라인 기사가 진실인지도 의문스럽다. 교수 한 사람당 박사과정 학생이 모두 똑같이 두 명 뿐인가. 누가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추천하는 것인가. 불투명한 선발 과정도 좀더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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