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총학생회, 어디까지 가봤니?

 

지난 제61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의 화두 중 하나는 ‘어떻게 학생회 활동에 재학생들이 활발히 참여하도록 이끌 것인가’였다. 작년 11월 치러진 제61대 총학 선거의 최종 투표율인 57.3%는 지난 몇 년간의 선거 투표율과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에 해당하나, 절대적으로는 60%에 미치지 못한 저조한 투표율이라 볼 수 있다. 총학 출범 이후 서울대 학생들이 총학이 진행하는 여러 활동에 대해 갖는 관심 또한 복지 사업을 제외하고는 높지 않은 편이다. 해외 대학의 총학생회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학신문』은 영국과 독일 대학의 총학생회와 학생 사회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지 살펴봄으로써 ‘총학생회’라는 조직의 역할과 의무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옥스퍼드대 총학생회(Oxford University Student Union): 옥스퍼드대 총학은 매년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6명의 학생회 간부들과 캠페인 대표, 단과대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다.

 

*아헨공대 총학생회: AStA(Allgemeiner Studierendenausschuss) de RWTH(Rheinisch-Westfalische Technische Hochschule Aachen): 독일의 총학은 AStA라 불리며, 총학이 학생 대표 기구로서 대부분의 중심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의 단일 총학 체제와 달리 학생 자치 제도가 다소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AStA 외에도 학생대의원회, 대학 평의회 학생 의원이 학생 자치 제도를 구성하며, 이 셋은 학과 학생회와 협력해 학내외에서 학생의 권익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데 함께 힘쓴다. AStA 임원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생대의원회 선거가 제일 먼저 진행되고, 각 정파별로 선거에 출마해 표를 얻는다. 이후 정파별로 집계된 득표수에 비례해 대의원이 선출되고, 선출된 대의원 중에서 AStA 임원이 선발된다.

 

너무도 낮은 투표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낮은 투표 참여율은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10년간 연장투표 없이 본투표 기간에 성사된 선거는 2015년, 2017년, 2018년 단 3번에 불과하다. 투표율은 절반이 넘지만, 총학생회칙으로 과반 이상의 투표를 선거 성사의 필수 요건으로 정해놨으며 구성원들이 선거 참여 시 이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높다고는 볼 수 없다. 서울대 도정근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은 “서울대 총학 선거 투표율은 총선과 대선에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라며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나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뜻이므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투표권을 행사하면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한 효능감이 생겨야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다 건너 유럽에 위치한 대학에서도 저조한 투표율은 고질적 고민거리다. 독일의 아헨공과대학교(아헨공대)는 작년에 치러진 총학 선거에서 17%의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5년간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재작년에도 전체 투표율은 18%에 불과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옥스퍼드대)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2월 차기 학생회를 뽑기 위해 치러진 선거는 투표율 20.3%에 머문 채 종료됐다. 

총학생회칙 제35조 3항에 따라 가투표율이 과반일 때만 선거가 성사되는 서울대와 달리, 아헨공대와 옥스퍼드대를 포함한 독일과 영국 소재 대학 대다수는 선거 성사 기준이 없다. 따라서 전체 구성원의 5분의 1을 밑도는 투표율에도 선거가 성사돼 집행부가 꾸려진다. 그러나 저조한 투표율은 곧 집행부가 지니는 정당성 결여로 이어진다. 낮은 투표율은 학생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며,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먹고 자라는 학생회 사업의 특성상 학생회라는 조직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심지어 옥스퍼드대와 아헨공대의 설명에 따르면 두 대학의 투표율은 독일이나 영국 전체 대학 평균과 비교하면 상위권에 속한다. 옥스퍼드대 조쉬 오코너 총학 학생 사업 담당자는 “옛날과 달리 요즘은 학생 개인의 관심이 향할 수 있는 창구가 매우 많아졌다”며 “옥스퍼드대의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헨공대 총학생회장 재니스 코슬링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투표를 통해 무엇이 바뀌고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학내에서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가장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학생회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낮은 투표율에 아쉬움을 표했다. 

 

학생들에게 '그들'이 아닌 '우리'로 다가가려면

◇홍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옥스퍼드대, 아헨공대, 서울대 세 대학 모두 적극적인 홍보로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옥스퍼드대 총학은 각 학과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그 역할이 학생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옥스퍼드대 총학은 신문, SNS 게시물, 다양한 홍보 영상 등을 통해 총학이 관여 및 지원하는 부분을 명확히 밝히고, 학생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요소들이 총학이 관할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현 서울대 총학 「내일」 또한 선본 시절 큰 장점이었던 온라인 홍보에도 지속적으로 힘쓰는 한편, 오프라인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현재 학우들이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대폭 개편하는 중”이라며 “지난 4월 말 진행했던 중간 점검 설문에서 오프라인 홍보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어 오프라인 홍보 또한 강화했다”고 밝혔다.

◇생활 밀착 정책으로 효능감 끌어올리기=서울대 총학은 학생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해 학생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총학이 실제로 뭔가 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회가 내가 겪는 불편을 타진해주고, 필요한 이익을 대변해주는 그 지점이 학생들이 학생회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내일」은 사당 셔틀 신설, 계절학기 공학 수학 강좌 개설 등 학생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불편을 개선하는 한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정책 투표제를 제안하고 총학 청원제 개발에 착수해 소통 창구를 넓혀가고 있다.

아헨공대 재니스 코슬링 총학생회장 또한 “이 조직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헨공대 총학은 시험 및 평가 관련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 평가 방식이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는 학생들을 돕는 자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학생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학생들의 편의와 직결되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아헨공대 총학은 매년 30개 이상의 규모 있는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들에 학생의 참여도가 높다.

이렇듯 각국의 학생회가 공통적으로 생활 밀착 정책을 내놓는 것은, 세세한 정책에서 학생들이 경험한 정치적 효능감이 쌓여 큰 현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정근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정치적 사안이나 거시적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기 위해선 심리적인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생회가 그들이 아닌 ‘우리’의 조직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기 위해 자신의 일상에 밀접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아지는 경험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총학이 직접 끌어주고 밀어주는 캠페인·프로젝트=옥스퍼드대 총학은 ‘캠페인’과 학생 주관 프로젝트를 직접 관리하고 지원한다. 캠페인은 학생들이 모여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역·국가·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거나, 학생들이 갖는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위를 지칭한다. 옥스퍼드대의 모든 캠페인은 총학 주관 하에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각 캠페인 대표는 격주로 열리는 총학 회의에 참석해 활동 내역 등을 보고해야 한다. 현재 옥스퍼드대에서 운영되는 캠페인에는 사회적 배려자 캠페인, 인종적 인식과 평등 캠페인, 장애 캠페인, 성소수자 캠페인, 낙제생 캠페인 등이 있다.

한편 학생 주관 프로젝트는 캠페인보다는 작은 규모로 구성되는 모임으로, 옥스퍼드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실현시키고 싶은 아이디어를 총학에 가져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아이디어는 옥스퍼드대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안 가능하며, 제안자가 작성한 제안서와 예산 계획서가 총학 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프로젝트 목록에 등록돼 제안자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실행할 수 있다.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학생 주관 프로젝트 역시 총학에서 일정한 기간마다 보고를 받고,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리한다.

이렇듯 옥스퍼드대 총학은 총학에서 직접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장려하고, 예산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해준다. 거시적인 사안을 학생회 소수가 아닌, 관심사가 비슷한 다수의 일반 학생들의 몫으로 돌려 학생회와 일반 학생 간의 유리를 해소하는 것이다. 조쉬 오코너 총학 학생 사업 담당자는 “총학에 의해 시행되고 관리되는 캠페인과 프로젝트는 총학생회의 ‘대표자로서 대학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활발하게 대응할 의무’를 충족시키면서도 그 의무를 구성원 모두의 것으로 풀어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사회·윤리적인 사안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캠페인과 프로젝트는 같은 목적의 사업을 몇몇 학생회 임원이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대 총학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일반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동참하기를 독려한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대학생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진행된 장애인을 위한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학내 정신건강 문제 복지에 관해 의견을 적은 쪽지들이다.
옥스퍼드대 총학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일반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동참하기를 독려한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대학생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진행된 장애인을 위한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학내 정신건강 문제 복지에 관해 의견을 적은 쪽지들이다.

 

『대학신문』은 옥스퍼드대와 아헨공대 두 대학을 방문해 그들의 학생 사회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각국마다 대학 문화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총학’들이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각 대학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풀어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이 맞닥뜨린 ‘기층 학생들의 참여 및 관심 부족’이라는 가장 큰 고민은 단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진단과 대응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만 그 해법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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