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협 교수(의학과)
김승협 교수(의학과)

서울대병원 교수연구실 13층에서 만난 김승협 교수(의학과)는 1987년부터 33년간 영상의학과에서 비뇨생식영상분야의 대중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김 교수는 최근 3년간 세계 각국 영상의학회로부터 명예회원으로 추대됐다. “비뇨생식영상학과는 수많은 영상분야 중 콩팥, 전립선 자궁, 난소 등의 장기를 다루는 중요한 분야”라며 자신의 전공을 소개하는 김 교수의 얼굴에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Q. 의사이자 교수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A. 1989년 무렵, 한 환자의 혈관 내에 클립 크기의 금속 치료 기구가 실수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혈관에 올가미를 삽입해 이를 잡아 빼야 하는데 혈관이 파열될 위험이 있어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치료 기구를 소형 튜브에 맞춰 넣어 그 주위로 혈청이 생기도록 해 함께 추출하는 방법이 떠올랐다. 이 방법을 통해 결과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해당 사례를 기반으로 논문을 썼고, 현재까지 발표한 400여 편의 논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이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 전문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예측되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영상의학계의 미래를 조망한다면?

A. 4차 산업혁명이 의료분야에 적용되면 디지털 영상을 다루는 영상의학과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기반으로 이들 사이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의사의 입지는 줄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양질의 의료영상 데이터가 확보돼 있고 ICT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각 분야의 관련 전문가가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앞으로는 영상의학 발전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세워 빠른 데이터 통합과 기술 개발을 추진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미래에는 환자와 소통하면서 영상정보를 판독하는 중개자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의사는 전문가 집단 내 소통보다 환자와의 소통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다.

Q.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제50대 대한영상의학회장을 역임했고, 2019년 현재 9월부터 세계초음파의학회(WFUMB)의 회장으로 2년간 재임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

A. 궁극적으로 의료 초음파 기술의 보편화와 특수화를 이루고자 한다. 초음파는 CT나 MRI, X-RAY 에 비해 신체에 해롭지 않으며 휴대성과 가격, 보급률이 매우 우수하다.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처럼 전기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소형 초음파 기기를 보급하면 실제 활용도가 아주 좋다. 앞으로도 의료 혜택이 적은 지역에 초음파 기기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 의학 치료 보편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초음파 특유의 장점을 살린 초음파 치료 고급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고급 초음파 기술은 기기 소형화 등을 통해 지금까지 CT나 MRI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발전된 의료 기술력을 기반으로 초음파 의료의 질과 파급범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현재 김승협 교수는 외래가 열리지 않는 영상의학과에서 예외적으로 외래를 열어 1년 전부터 일주일에 4명의 환자들에게 영상소견을 들려주고 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것이 영상전문의학자로서의 의무이자 개인적 소신”이라고 말했다. 의학도로서 세상을 밝히려는 그의 인본주의적 포부가 이뤄지는 그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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