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희 교수(보건학과)
조병희 교수(보건학과)

보건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조병희 교수(보건학과)의 달력은 정년을 맞았음에도 일정으로 가득했다. 학문에 매진하느라 쉴 틈이 없는 그는 전공 분야를 이야기할 때 유독 눈을 빛내며 꺼지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Q. 주요 연구 분야인 보건사회학은 어떤 학문인가?

A. 보건사회학은 근본적으로 사회학이며 건강 현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프다’라는 현상을 생물학적으로 바라본다면 의학의 관심사가 되겠지만, 사람이 아플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사회적인 영향을 받기에 사회학자의 연구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 년에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OECD 평균치인 7~8회의 두 배가량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인이 생물학적으로 질병에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 아니라 아프다는 현상에 대응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아프다는 생리현상 역시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며 이를 연구하는 것이 보건사회학이다.

Q. 지금까지 다룬 연구 주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 내 첫 연구는 한국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일이었다. 한국 사회에는 의사라는 직종에 대한 세속적인 기대가 퍼져 있다. 사람들은 의사가 되면 ‘고급스러운’ 일을 하며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그 반대급부로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때 보상과 역할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내 연구 주제였다. 결론은 의사와 사회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구조화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십여 년 전 의사들이 몇 달 동안 파업을 하며 국내 병원 대부분이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당시 파업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기도 했지만 의사들에게도 시련기였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연구하는 것이 과거 주요한 학문적 관심사였다.

Q. 한국 에이즈퇴치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다.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가?

A. 우리나라 국민들이 왜 에이즈에 대해 공포감을 갖는지 연구하고 감염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작업을 주로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에이즈에 대한 비과학적인 공포감이 뿌리 깊게 존재하는데 그 이유를 연구하기 위해 과거 문헌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에이즈가 발생하기 전부터 정부에서 병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선전했고 언론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위주로 기사를 뿌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역에 철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 테지만 사회적으로는 에이즈에 대한 상당한 공포감을 안길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홍보에 힘을 써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나 또한 20대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자기 분야에 열중했을 때 분명히 보람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도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자기 전공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인문학이나 기초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꾸만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 생각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기초적인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조병희 교수는 정년을 맞은 감회를 묻자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그저 이 지점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잠시 쉬는 동안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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