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마음이 울창한 서울대학교를 바란다
책과 마음이 울창한 서울대학교를 바란다
  • 이재연 기자
  • 승인 2019.08.25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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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섭 교수(행정학과)
김병섭 교수(행정학과)

지난달 26일 행정대학원에서 김병섭 교수(행정학과)를 만났다. 김병섭 교수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하며 행정학 발전에 힘써왔을 뿐 아니라 평의원회 의장을 지내며 학교의 교육과 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의 계획을 묻자 “9월에 캐나다로 산책하러 갈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Q. 행정학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A. 행정학에 처음부터 매력을 느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행정이란 국민이 바라는 바를 파악하고, 파악된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정부의 활동이다. 나라다운 나라는 무엇인가? 그것은 곧 국민이 바라는 나라다. 국민이 바라는 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답하려는 학문이 행정학이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행정학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고민에 100% 맞는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학자로서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

Q. 교수가 된 계기는?

A. 처음엔 교수는커녕 대학원에 갈 생각도 없었다. 살아가기 어려우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고민할 때 민간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룩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막연하게 대학 공부까지 하고 민간기업을 살찌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그때 기업에 갔더라면 지금쯤 사장을 하고 있었을 거다. 공공부문의 일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행정대학원에 오게 됐다. 내가 석사과정에 있을 무렵 ‘졸업정원제’로 인해 대학생이 전국적으로 30%나 늘어 교수가 부족해 석사 학위만 있으면 교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운 좋게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교수가 됐다.

Q. 행정학자로서 우리 사회를 진단한다면?

A. 첫째로, 우리 사회 정책 실행에서 큰 문제점은 정책의 최종 정착지에 충분히 주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산을 편성할 때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오려 하지만, 정작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국민들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의 준비 단계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도 모두가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로,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 정권이 하는 일을 이어나가지 않는 점이 아쉽다. 지금까지 다들 전 정부가 하지 않은 정책에만 집중해왔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인데, 이를 잊은 채 앞의 것을 이어가지 않는 사회는 위험하다. 누군가가 내 뜻을 이어 나가주길 바란다면 나도 앞 사람이 해온 일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Q. 평의원회 의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처음엔 떠밀려서 평의원회 부의장을 역임하게 됐지만, 부의장을 하다 보니 평의원회가 얼마나 중요한 기구인지 알 수 있었다. 평의원회에 있으며 교육과 연구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평의원회 의장직에 임하게 됐다.

평의원회에서는 집안이 어려운 사람, 뒤늦게 지혜를 깨우쳐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우리 학교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앞으로도 평의원회에서 그런 고민들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끝으로 김 교수는 “좋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선 커다란 배움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며 책이 울창하게 쌓인 서울(書鬱)대학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타인에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며 그런 마음이 울창한 서울(恕鬱)대학교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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