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명 교수(의학과)
김광명 교수(의학과)

30℃를 웃도는 후덥지근한 날씨, 평일 낮 시간대에도 소아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병원은 북적거렸다. 지난달 8일 김광명 교수(의학과)를 만나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을 찾았다. 우는 아이들과 그 옆을 지키는 보호자, 분주한 의사와 간호사를 지나 3층 연구실에 다다르자 김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김광명 교수는 대한야뇨증협회를 설립하는 등 사회적으로 올바른 의학지식의 나눔을 실천하며 어린이 환자들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Q. 소아 비뇨의학의 권위자로 어린이병원에서 30년 이상 근무하셨다. 의사로서 긴 시간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A. 봉사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원동력이었다. 성인 환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소아 환자 수술 같은 경우, 굉장히 까다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소아 환자는 몸이 작기 때문에 배율이 높은 확대경을 사용해 수술해야 한다. 또한 어린 나이에 수술하면 그 환자의 나머지 일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로서 많은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수술이 잘 끝나고 소아 환자가 수술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힌 편지를 전해주면 그렇게 보람찬 순간이 없다. 정말 감동한다.

Q. 의사와 교수로 근무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나?

A. 우리나라 의학 연구 기반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유학 시절, 의학 분야 연구시설과 제도가 잘 돼 있어서 참 좋았다. 양을 이용해 연구하는 팀에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나를 쉽 킴(Sheep Kim)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양은 한 번에 2마리를 임신하기 때문에 한쪽을 통제군으로 나머지 한쪽을 실험군으로 설정해 실험이 가능하다. 이 연구로 미국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양을 이용한 실험을 도입하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이렇게 연구 기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다.

Q. 퇴임 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A. 일단 두 달 정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 소아 함몰음경수술을 필요로 하는 소아환자가 많아서 퇴임 이후에도 계속 진료하고 수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병원들을 모두 물색해봤으나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니 기회만 된다면 계속 환자를 볼 생각이다.

Q. 의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의학 분야 내 연구 발전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나,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나눠야 한다. 옛날에는 어린이들이 야뇨증이 있어도 할머니들이 나이가 들면 저절로 괜찮아진다며 병원을 가지 못하게 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대처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대한야뇨증협회를 만들어 무료 강연을 통해 의학지식 공유를 실천하곤 했었다.

은퇴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김 교수는 “어린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내가 오랜 기간 근무하는 동안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1~2층 정도 증축됐을 뿐 지원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라고 끝까지 어린이병원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은퇴 이후 당장이라도 성인 비뇨기과 병원을 개원해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보다는 내가 필요한 소아 환자를 위한 의사로 남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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