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은 의학자, ‘좋은 의사’를 말하다
정 많은 의학자,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최서영
  • 승인 2019.08.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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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일 교수(의학과)
정해일 교수(의학과)

소아신장계와 희귀질환계의 거목인 정해일 교수(의학과)의 연구실 한편에는 야구선수들의 싸인볼이 놓여 있었다. LG 트윈스의 팬인 그는 “매년 LG 트윈스가 어린이병원으로 위문 공연을 온다”라며 웃음 지었다.

Q. 많은 의학 분야 중 하필 소아 신장에 관해 연구한 이유는? 또, 희귀질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학생 때부터 48년 동안 스승이 세 분 계시다. 학생 때 소아과 과장님이셨던 故 고광옥 교수님을 존경해 소아과에 왔고, 세부 전공으로 소아 신장을 택한 것은 지금은 퇴임하신 최용 교수님의 추천 덕분이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 장기연수 갔을 때 김영기 교수님이 희귀질환, 유전질환 쪽을 권하셔서 공부하기도 했다.

Q. ‘희귀질환 지식베이스’를 가동했는데, 이는 무엇이며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A. 희귀질환을 연구하려면 환자, 환자 정보, 경험적 지식 등 여러 가지 소스가 필요하다. 여태까지 알려진 지식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하고 기초연구 자료도 있어야 한다. 이에 희귀질환 지식베이스를 만들어, 이 모든 것들을 온라인으로 열람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사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연구비 제도에 있다. 5년 연구해서 희귀질환의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10년, 20년 연구해야 겨우 하나 나올까 말까인데 국가에서는 4년 내로 결과를 내라 하고 연구비를 주니 중간에 연구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베이스를 만들었으면 유지를 해야 하는데, 연구비가 끊기면 다른 연구로 넘어가니 연구에 연속성이 없다. 연구를 지원할 때 장기 프로젝트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Q. 교수로서의 삶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가?

A. 의학과 교수면 교육, 연구, 진료를 해야 한다. 연구와 진료는 나름대로 잘했는데 교육은 등한시했던 것 같다. 사실 서울대 의대 학생들은 한 번 강의하면 다 알아들을 줄 알았다. 피교육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작정 많이 가르쳐줄 생각만 했던 것이 후회된다. 지금 강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할 기회가 없어 아쉽다.

제일 기억나는 학생은 내가 조교수 때 지도했던 다섯 명의 학생이다. 그 중 둘은 소아과 교수가 됐다.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만나고, 야구장도 같이 간다.

Q. 후학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요즘 의학 발달이 정말 빠르다. 돈만 있으면 인간 전체 게놈을 해독해버린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그걸 믿고 무조건 검사만 하려 한다. CT와 MRI가 나왔을 때처럼 유전질환도 똑같이 돼버렸다. 환자의 증상을 알고 직접 해석을 해야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론적인 흐름 없이 산탄총처럼 전체 유전자를 검사하고 진단하는 것은 반대한다.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아직 할 일이 많은 시작 단계”라고 말한 정 교수는 “마지막 과제로 콩팥 황폐증에 대한 치료제를 KAIST와 공동연구하고 있다”라며 퇴임 후에도 희귀질환에 대해 연구할 것임을 밝혔다. 완전한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책을 쓰거나 유투버가 돼서 희귀질환 강의를 할까 생각 중”이라며 희귀질환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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