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진 교수(경제학부)
김완진 교수(경제학부)

지난달 5일 햇볕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김완진 교수(경제학부)를 만났다. 그는 게임이론과 합리성 등 미시경제이론을 연구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그의 수업을 듣지 않은 경제학부 학생이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꾸준히 강의해왔다. 그는 “1989년에 교수로 부임해 올해로 딱 30년이 됐다”라며 “끝날 때가 되니 시원섭섭하다”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Q. 경제학자로서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가?

A. 경제학자로서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려 했다. 학부 때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며 좋은 사회와 공정한 분배에 대해 고민했고, 석사를 마치고 경제이론이 앞선 질문에 답해주는 좋은 도구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지금껏 경제이론을 매개로 만나는 분배적 정의와 수학을 연구해왔다. 경제이론에 기반을 둔 수학적 분석이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30년간 연구를 이어온 동력이다.

요즘의 경제학은 어떤 사회가 좋은지 고민하기보다 이론적 연구와 기술적 문제에만 치중한 감이 있다. 경제학자라면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전자가 경시되고 후자만이 강조되는 것 같다. 경제학은 본래 윤리학과 정치철학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경제학이 현실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뜨거운 가슴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학부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학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입학관리본부장과 교무처장이라는 본부 보직을 수행하면서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학부 교육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다. 현재 학부 교육은 전공 교육 중심으로 이뤄지고 그 운영이 철저히 학과 교수들에게 위임돼 있다. 학부 교육이 이러한 전공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폭넓은 교양 교육을 바탕으로 전공 간의 벽을 낮춘 학제적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학생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넘어서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무처장직에 임할 때 복수전공, 부전공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학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큰 틀에서 재검토해 학부 교육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Q.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새로운 학문을 접할 때 설렘과 지적 호기심을 느껴야 계속해서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 요즘엔 지적 호기심이 많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하기 싫어도 공부를 해야 했고 학점과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려 학문의 즐거움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지적 호기심을 식욕에 비유하자면, 식욕이 왕성해야 할 대학생이 과식으로 체해 식욕을 잃은 상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태가 계속되면 대학의 목적 자체가 희석된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학생들이 학문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학업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

퇴임 후 계획을 묻자 김 교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면서도 “평생 해온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과제”라며 학문을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그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교수 생활 중 만난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enb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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