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의지할 곳 하나 없었다”

“학과 내 차별·외면 있었다” 주장

미대, 추모식서 위로의 뜻 전해

상담센터 설치 등 개선책 발표

지난 5월 미대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신하정 씨(서양화과 석사과정·17)의 추모식이 지난 17일(토) 곤지암에 위치한 장지에서 열렸다. 추모식은 △고인의 일생 회고 △추모와 개선 사항 보고 △추모 편지 낭독 △추모패 및 작품집 전달 순으로 진행됐으며, 미대 문주 학장(조소과)과 신석민 교무처장(화학부), 서양화과 김형관 학과장 및 교수진 일부와 유족, 지인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신 씨는 5월 10일 미대 작업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은 신 씨가 생전에 학과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교수로부터 “나는 너를 뽑지 않으려 했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선배 대학원생으로부터 서울대 학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고 가족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신 씨의 유족은 신 씨가 지도교수 배정 과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배정 이후에도 1년간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하는 등, 학과 생활을 하는 동안 의지할 곳 없이 계속해서 고통받았다고 호소했다. 신 씨의 비공개 SNS 계정 및 노트북 메모장에서는 ‘지도 교수의 면담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다’ ‘지도 교수가 면담 중에 졸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수많은 토막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달 초 미대는 미대 차원에서 추모식을 개최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유족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열린 추모식에서 문주 학장은 국외 대학 졸업자나 외국인 학생을 위한 미대 차원의 소통 보완을 위해 △미대 대외협력실 기능 강화 △미대 생활·진로 상담센터 설치 △정기적 교원 인권 교육 시행 및 업적 평가에 교육 여부 반영 △입학생 오리엔테이션 강화 △교수-학생 간담회 정례화 등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문주 학장은 “충분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이번 아픔을 잊지 않고 제도를 보완,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양화과 교수진은 추모 편지를 통해 “학교가 신하정 군이 기댈 버팀목이 되지 못한 것, 고민을 함께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라며 “항상 진지한 태도로 누구도 가지 않는 고된 길을 걷고자 한 고인의 열정, 노력, 신념을 기억하겠다”라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유족은 미대가 마련한 개선안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모식을 통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았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학교 내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내용보다 절차에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대는 조사를 진행하기보다는 현재의 학생들이 더 이상 충격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미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후로 많은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지금으로서는 미대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하거나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가 조심스럽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대는 추후 연말 졸업 전시에 신 씨의 생전 작품 이미지를 전시하기로 유족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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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소윤 기자 evepark004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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