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금) 제2공학관(302동)에서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 A씨(67)가 휴게실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사인은 평소 앓던 심장질환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열악한 휴게 공간이 그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나오며 학내외로 큰 공분을 샀다. 캠퍼스관리과에서는 사고 직후 학내 휴게시설 전수조사에 착수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일반노조)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동환경 전반이 개선돼야 함을 역설했다. 일반노조 최분조 분회장은 “이번에는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휴게실 에어컨 설치, 샤워장 설치 등 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먼저 개선하길 바란다”라며 실질적인 개선책을 요구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고는 청소 노동자에게 발생했지만, 청소, 기계, 경비, 전기, 소방 노동자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 있다”라며 본부가 학내 다양한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에 공분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총학생회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지난 15일부터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비서공 이시헌 집행부원(자유전공학부·15)은 “8,000평이 넘는 건물에서 고령의 A씨에게 허용된 공간은 단 1평짜리 휴게 공간이었다”라며 “노동환경 개선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학교에 알리고 열악한 시설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이번 서명운동을 계획했다”라고 본 서명운동의 목적을 밝혔다. 여러 교수도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유용태 교수(역사교육과)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라며 점검을 강화하고 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희종 교수(수의학과)는 교수가 공간 사용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이번 사건을 분석했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대학에서 노동자를 위한 공간마련은 교수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일종의 교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이후 학내에서는 시설 전반을 개선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공대의 한 시설지원팀 관계자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휴게시설을 개선하고자 작년 8월 공대의 한 담당자와 대화했으나 난색을 보였다”라며 직원 공간을 마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휴게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라며 노동자를 위한 시설개선을 이어나갈 것을 밝혔다. 캠퍼스관리과는 사고 직후 학내 노동자 휴게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 중이다. 캠퍼스관리과 김원선 과장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지침에 맞도록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내현황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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