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14일(수)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기본계획(시안)’(계획안)을 발표하고 ‘인구구조 변화 및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23년까지 대학정원 10만여 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의 연장선에서 향후 대학구조조정이 긴박하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계획안은 1주기(2014-2016)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주기(2017-2019) 대학기본역량진단을 거치면서 이어져 온 위로부터의 대학구조개혁을 대학 자체의 ‘자율혁신’으로 방향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은 대학자율성 존중, 지역대학 배려,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민감한 학생충원율 및 교수충원율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오히려 지역 소재 대학의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계획안에서 진단지표 중 신입생, 재학생의 충원율 배점이 현행 10점(75점 만점)에서 20점(100점 만점)으로 확대됐다. 대학정원 감축은 각 대학에게 ‘자율’로 맡겨졌으나 평가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학생충원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 학생충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벚꽂 피는 순서대로 대학 망한다’는 풍문이 돌고, 이번 계획안이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 2주기에서 대학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장 주목받던 지표는 ‘취업률’이었다. 지난 평가를 거치면서 대학이 ‘취업알선소’라는 빈정거림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학생충원율이라는 평가 잣대를 앞두고 대학 간 ‘치킨 게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8년 이후 고교졸업생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체제 및 현 대학구조가 유지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대학체제와 그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한 중장기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지, 이를 위해 정부, 대학, 기업,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사회와 대학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더욱이 구조조정으로 정규대학의 기능을 잃게 되는 기관이 지역사회의 배움과 사회적 대화를 위한 장으로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대학의 특정 성과 및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 간 경쟁을 부추기고, 그 결과 대학구조조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적 태도로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학의 자율혁신과 교육의 질 제고를 내세운 이번 계획안은 구조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고등교육의 문제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려던 이전 대학구조조정방식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로운 지표로 대학의 혁신과 교육환경의 질이 갑자기 좋아질 리 없다. 교육부는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이 진취적 사회변화를 선도하고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도록 하는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든든한 대학교육의 비전을 세우고, 이에 더해 대학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을 지원하며 변화를 위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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