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일 회사의 사회적 책임 경영
한 독일 회사의 사회적 책임 경영
  • 대학신문
  • 승인 2019.09.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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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김화진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김화진 교수

독일의 보쉬(Robert Bosch)는 유한회사(GmbH)다.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상장회사다. 그러나 초대형 다국적기업이다. 매출 기준 세계 10대 비상장회사에 든다. 지난 해 매출이 780억 5천만 유로였고 종업원 수는 40만 명이 넘는다. 자동차 부품을 포함해서 다양한 기계, 전기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산업용, 가정용 공구 제조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1886년 슈투트가르트에서 로베르트 보쉬가 창업했다.

유한회사 보쉬에는 3대 사원이 있다. 이해의 편의상 사원을 주주로 부르기로 한다. ① 로베르트 보쉬 재단이 92% 주주다. 그런데 재단의 의결권은 전무하다. 이 재단은 독일에서 기업과 연계된 최대의 재단인데 크리스토프 보쉬가 이사장으로 있다. ② 보쉬패밀리 구성원들이 8% 지분과 7% 의결권을 가진다. ③ 로베르트 보쉬 신탁이 0.01% 지분을 가지는데 의결권은 93%를 행사한다. 신탁 이사회는 보쉬의 고위 경영진, 보쉬패밀리의 대리인, 그리고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회사가 창출하는 이익의 대부분은 재투자되거나 사회사업과 기부에 사용된다. 재단이 92%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배당되는 돈도 비중은 8%지만 마찬가지로 사회사업과 기부에 사용되는 셈이다. 즉, 회사가 내는 이익의 거의 전부다. 2014년의 경우 보쉬의 순익은 21억 달러였는데 7800만 달러만 배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회사에 재투자됐다. 7800만 중 7200만은 재단에 귀속됐고 보쉬패밀리를 포함한 그 밖의 주주들은 600만 달러의 배당을 받는데 그쳤다.

창업자 로베르트 보쉬는 원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천착한 사람이었다. 100년 전이다. 1906년에 독일에서는 최초로 하루 8시간 노동제를 도입했다. 본인은 무학이었던 보쉬는 종업원들의 학업과 교육 훈련에도 많은 관심을 뒀고 보쉬에서는 임금 체불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1차 대전 후에는 전쟁 중에 벌어들인 돈으로 운하를 건설하거나 교육과 사회사업을 하는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대형병원을 지어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보쉬에는 슬픈 가족사가 있다. 로베르트 보쉬는 원래 아들에게 가업을 승계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아들이 열한 살이 되던 1909년부터 회사 일을 거들게 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경영수업은 1년 만에 중단됐다. 중병을 앓기 시작했던 아들은 오랜 투병 끝에 1921년에 사망했다. 

나치가 득세를 시작하면서 보쉬는 사실상 은둔 상태에 들어갔다. 본인의 신념에 반해 나치와 사업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데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보쉬는 1942년에 사망했는데 회사의 이익은 사회적 목적에 사용되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여기에는 나치가 필요로 했던 전쟁 물자를 생산해서 이익을 거둔 데 대한 불편함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의 정관 개정을 포함해서 회사가 사실상의 사회적 기업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법률적 조치는 아들이 죽은 1921년에 이미 완료해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일 다른 자녀를 뒀지만 고치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이 보쉬를 그대로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시대의 지도적 이념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상속은 기업과 주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 다르다. 법률의 범위 내에서 최적의 해법을 맞춤형으로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례를 알면 좋다. 보쉬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어디까지 가능하며 실제로 그를 이행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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