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국어국문학과ㆍ01)

새로운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이 공간이 내게 맞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는데, 내 등장이 당신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면 좋겠는데 하는 바람들. 다행히 지금, 관악캠퍼스에 발을 내딛은 새내기 여러분은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환영받는 사람들입니다, 겨울내내 여러분을 기다리며 이것저것 준비했던 선배들뿐 아니라, 저기 저 나무와 공기들에게두요. 저 역시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처럼 당신들을 기다렸습니다. 반가워요, 여러분.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무지개 빛으로 가득할 것이라거나 혹은 생각만큼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20 여년 동안 누군가에게 ‘~해라’는 말만 들으면서 정해진 길을 걸어온 것이 지겨웠다면, 이제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축복하고, 그러나 대학에서의 자유 역시 많은 부분이 ‘사회에서 주어진 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할 밖에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제 막 자유를 맛본 여러분이 청년실업자가 60만 명인 현실 앞에서 토익이다, 취업준비에 고시공부다 하면서 다시금 생에 한 번뿐인 우리의 젊음을 미래에 저당잡힐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대학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듣고 싶은 수업을 학점에 신경쓰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배짱을,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 하는 여유를, 중도 터널에 붙은 자보를 보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고민을, 주변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는 열정과 치열함을,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면 팍팍한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곳에는 당신과 함께 ‘대학생’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총학생회도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구요.

어느 날, 당신 곁에 분홍색 눈의 흰 토끼가 지나칠지 모릅니다. 기회는 우연히 오는 것이니 또릿또릿 눈을 뜨고 그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을, 기발한 반전을 원한다면, 들판을 가로질러 울타리 밑의 커다란 토끼굴을 찾아보세요. 바로 당신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그 토끼굴을 찾아본다면,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자유로운 공간에 저도 함께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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