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소중한 쓰레기를 위한 분리수거함

어느 하루, 인문대 2동을 지나가시던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여기 분리수거함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 한 학기를 보낸 인문대였지만, 분리수거함이 어디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후, 돌아다니며 분리수거함을 찾아봤다. 정수기 옆에는 일반 쓰레기통이 항상 있었지만, 분리수거함은 찾기 어려웠다. 분리수거함이 있어도 종이와 플라스틱 등 큰 범주로만 나눠져 있었다. 분리수거가 가능한 모든 품목을 일일이 세분화한 쓰레기통은 학관 쪽에서만 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 뒤편에는 항상 청록색 쓰레기통과 5칸짜리 플라스틱 서랍장이 있었다. 서랍장에는 칸마다 ‘종이’ ‘유리’ ‘플라스틱’ ‘캔·병’ ‘비닐’이라고 정성 가득 써 붙어 있었다. 쓰레기통을 예쁘게 만들면 아이들도 예쁘게 버릴 것이라는 선생님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분리수거를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어린 초등학생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일반 쓰레기통에 마구 쓰레기를 버렸다. 그런 초등학생 때와 달리, 이제는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몰라 못 하는 상황이다.

분리수거 가능한 품목들을 나누지 않고 모두 일반 쓰레기통에 모아 버린다면 그 후에 일어날 일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분리수거 가능한 쓰레기도 모두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다. 일반 쓰레기통에 모여 있는 쓰레기 그대로 타는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이다. 분리수거를 한다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런데도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 위해 또 돈을 내야 하는 ‘비경제적인’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분리수거를 통해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아낀다면 더욱 유용한 곳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청소 노동자분들께서 일일이 일반 쓰레기통을 뒤지며 분리수거 품목들을 찾아 직접 분리하시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고등학교에서는 청소 노동자분들께서 직접 각종 종류의 쓰레기가 모여 있는 통을 뒤지면서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분류하셨다. 하루는 쓰레기를 버리던 필자에게 청소 노동자분께서 종이라도 따로 박스에 버려 달라고 조용히 읊조리듯 말씀하셨다. 청소 노동자분들은 학교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에게 일일이 말씀하셨지만, 학교 분리수거 정책의 큰 변화를 끌어낼 수는 없었다. 우리 학교도 비슷한 처지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분리수거 품목들을 분리해서 버린다면 청소 노동자분들께서 쓰레기를 뒤지며 분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쓰레기는 정말 더럽다. 동시에 쓰레기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 늘 곁에 있고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쓰레기는 우리가 사용했던 무언가의 마지막 모습이기에 소중하다. 서울대의 쓰레기 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교내의 분리수거함을 확대 설치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분리수거에 작은 신경이라도 쓴다면 우리의 더러운 쓰레기들은 조금 더 소중하게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주연

언어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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