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연구소 신의항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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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지난 7월 9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8월 25일 기준 24경기에 선발 출전해 12승 4패로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5위, 평균자책점 1위로 활약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는 2019년 시즌 개막일 기준 총 882명의 선수가 등록돼있고 이 중 28.5%에 해당하는 251명이 외국 출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선수의 출신 국가 수는 20개국이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태생이 10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베네수엘라 68명, 쿠바 19명이었다. 한국 선수는 5명으로 9번째였다. 다저스에는 7개국의 외국 출신 선수가 시즌 개막일 명단에 올랐다. 

지난 3월 23일 한국프로야구의 2019년 시즌 개막전에서는 10개 팀 중에서 8팀이 외국인 투수가 선발투수로 등판했으며 2팀만이 국내 선수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총 267명의 선수 중 외국인 선수는 27명으로 10.1%를 차지했다. 한국 스포츠는 1980년대 초반 프로리그의 창립 이후 빠르게 산업화, 국제화의 과정을 거쳐 오고 있다. 1988년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8년 동계올림픽의 유치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제고됐다. 다양한 종목의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빛나는 업적을 이뤄냈고 축구, 야구, 배구, 골프 선수 등이 세계의 프로리그에 진출해 자랑스러운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여러 국내 스포츠 영역에서도 외국인 코치, 선수 영입으로 한국 스포츠는 양방향의 국제화를 통한 다양성을 향상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귀화한 외국 출신 선수들이 아이스하키, 스키 등의 종목의 한국 대표 팀에서 활약했다. 농구 대표 팀에는 한국 출신 모친과 외국인 부친을 둔 선수들이 포함됐고, 한국으로 귀화한 미국 출신 선수가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괄목할 만한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신문, 텔레비전 등의 대중매체의 기자, 캐스터, 해설가들이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지칭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용병’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mercenary’로, 금전적인 보상을 주요한 목적으로 타국 군대에 입대한 개인을 의미해 비하의 의도가 있다. 모든 프로 선수는 해당 스포츠 종목에 종사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보상의 수준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국적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2018-2019시즌 20개 팀에 등록된 선수의 총수는 498명이었고 그 중 외국 출신 선수는 334명으로 전체 선수의 66.9%였다. 프리미어리그는 각 팀당 25명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으며 그 중 8명은 영국 출신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각 팀은 최대 17명의 외국 출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팀이 선수 선발에서 인종, 국적에 큰 제한 없이 팀의 필요에 따른 특별한 선수의 자질 본위로 결정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 있는 것이 프리미어리그가 세계 정상의 축구 리그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 요인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도약했고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시장도 빠르게 개방됐다. 외국 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신임도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류현진, 손흥민, 박인비, 박성현, 김연경 등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이미 슈퍼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미국, 영국, 터키 등의 대중매체는 이들을 ‘용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국 프로 스포츠 팀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팀의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어 멋진 플레이를 하며 얼싸안고 골 세리머니를 같이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스포츠는 국경을 넘어 인간 가족의 유대를 이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스포츠계가 하루속히 지나친 국적화, 민족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기능을 충실하게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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