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학내 구성원이 만나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의 시선 대신, ‘너’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와 ‘너’를 『대학신문』을 통해 이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신문』 ‘나 대신 너’에서는 함께 모일 계기가 없을 것 같은 학내 구성원을 모아 그들이 전달해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단과대별로 좌담회 참여자를 모집해 학내에서 논쟁 소재로 자주 떠오르는 △단과대에 대한 오해 △학점 △입시 결과의 세 가지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좌담회에는 공대 손태준 씨(전기‧정보공학부‧18), 사회대 심여진 씨(경제학부‧19), 인문대 윤채원 씨(인문계열‧19), 자연대 박준호 씨(화학부‧17), 자유전공학부 최승호 씨(자유전공학부‧19)가 패널로 참석했다. 

 

▶단과대에 대한 오해

손(공대): 과목 특성상 다른 단과대에 비해 공부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대생이라고 해서 매일 체크무늬 셔츠만 입고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대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비인권적인 음주 강요 문화도 요즘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심(사회대): 공대생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온라인으로만 접하는데, 학내 커뮤니티에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도 공대생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가?

손(공대): 학내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이용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공대생은 내 주변에는 없다. 특히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꽁따이’ 등의 비하적 표현이 실제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최(자전): 전공 선택에 대해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어떤 선배는 공대생이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은 기만이지만 인문대생이 공학 공부를 하는 것은 발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인문대): 취업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대학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이 취업은 아니므로 그런 인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인문대생은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동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인문대에 진학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학점

윤(인문대): 인문대의 경우 교수님이 학점을 후하게 주시는 것 같다. 보고서의 완성도보다는 참여도를 기준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박(자연대): 자연대 전공 수업에서는 재능이 성적에 크게 작용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한편 인문대 교양 수업의 경우 시험 답안이나 보고서 작성에 있어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과목에 대한 재능보다는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사람이 좋은 학점을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공대): 공대의 많은 교수님이 수강취소한 학생을 포함하지 않고 2:3:5 비율로 학점을 주신다.

 

▶입시 결과

박(자연대): 입시 결과로 학부를 서열화하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시 입시 결과로 보면 자연대는 속된 말로 ‘문 열고 온 점수’와 ‘문 닫고 온 점수’의 차가 크다. 한편 전공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인데, 의대를 자퇴하고 온 학생도 여럿 있다. 

손(공대): 공대 역시 의대에 합격했음에도 전공에 대한 열정이 높아 공대에 입학한 학생이 많기 때문에 입시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윗공대와 아랫공대가 위아래로 나뉜 기준이 입시 결과라는 속설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며 공대 내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사회대): 사회대생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실제로 경제학부 내에서는 입시 결과에 대해 입씨름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단과대를 기준으로 △단과대에 대한 오해 △학점 △입시 결과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단과대와 학부에 대한 신뢰와 열정을 놓지 않았다. 또한 사회에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라고 주장하며 지성의 상아탑이 아닌 성공적인 취업의 발판으로 변질돼 버린 대학의 현주소를 비판하기도 했다. 서로를 물고 뜯는 학내 커뮤니티의 전쟁터 같은 모습이 아닌, 서로의 학과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진정한 지성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 손유빈 기자 yu_bin0726@snu.ac.kr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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