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형 부편집장
강지형 부편집장

최근 ‘조국 논란’만큼 나라를 뜨겁게 달궈놓은 이슈는 없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도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촛불 집회가 열렸고, 학생회가 성명을 냈고, 그 성명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도 나왔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대학신문』에서는 지난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임명 논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때까지 존재하는 유일한 학내 여론조사였던 스누라이프 투표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구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를 모든 언론이 ‘서울대생’의 생각이라 보도하는 상황에서, ‘학내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현재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해 건전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안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조사를 마쳐야 했기에 처리가 편리한 온라인 조사를 택했다. 모든 학부생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조사 대상 집단의 크기에 따른 응답속도 차이 및 조사원의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스누메일을 쓰지 않는 사람들과 수신거부로 인한 포함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내 곳곳에 비치되는 『대학신문』에 이례적일 정도로 큼지막한 알림을 냈고,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링크를 내걸었다. 설문 중도이탈 등의 무응답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질문 문항도 아주 간단한 객관식 3개를 스크롤 식으로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결과를 집계하자 이번 설문의 한계는 명확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응답률이 3.6%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실시했던 “2018 서울대학교 성폭력‧인권 침해 실태조사”의 학부생 응답률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뛴 수치였지만, 여전히 낮은 값이었다. 중간에 특정 사람들에 의해 ‘좌표’가 찍혀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수치였다. (다행히 특정 시간대에 응답자 수나 응답 비율이 급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충분한 응답자 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섣불리 결과를 보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의 지적이 들리는 듯했다.

분명 좀 더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낼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구성원 전체에게 문자 안내를 하고 같은 메일을 여러 번 보냈다면 응답률이 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대학신문』 기자들이 열심히 했다면 큰 변화가 있었을까. 월요일에 가판대에 비치해둔 『대학신문』이 금요일 저녁에도 별로 줄어들어 있지 않고, 『대학신문』에서 일한다고 하면 잘 읽고 있다는 말보다는 “그거 일간이냐 주간이냐” “그거 홈페이지도 있냐”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나도 말로는 ‘서울대 유일의 공식 언론’을 외치며 자랑스레 다녔지만, 설문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600명‘밖에’가 아닌 600명‘이나’ 응답해줬다는 사실에 통계적 계산보다는 학습된 무기력감이 먼저 반응해 순간적으로 기뻐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을 읽지 않는 학교의 구성원들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대학신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도태돼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한다면, 이대로도 좋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감히 『대학신문』을 조금만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대학신문』 기자를 움직이는 힘은 장학금도 스펙도 아닌 『대학신문』을 읽는 독자의 모습이다. 나는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니, 서울대인과 『대학신문』 사이의 양성 피드백이 앞으로 조금씩 더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치없는 마음을 이번 설문에 대한 아쉬움과 버무려 적어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