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공립대학도서관 협의회와 학술 논문 상용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누리미디어(주)-한국학술정보(주)의 공동구매 구독료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부산대, 전남대, 제주대 등 10개 국공립대학은 누리미디어가 제공하는 국내 최대 유료 학술 논문 플랫폼인 디비피아(DBpia)와 계약이 만료됐다. 해당 학교의 교수, 연구자, 학생들이 연구와 학습에 큰 불편을 겪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유는 데이터 서비스 구독료의 인상 문제다.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의 전자자료 구입비는 지난 10년간 20배 이상 상승해, 2018년 기준 1,536억 원에 이른다. 이 중 31%를 과학-의료 논문 데이터 서비스인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한다.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출판기업 엘스비어가 운영하는 이 유료 서비스는 서울대로부터 2017년 22억 원을 구독료로 받았으며, 1년 후, 1억 원을 인상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7,285만 원, 포항공대도 6,757만 원이 인상됐다. 이 서비스 이용료는 지난 5년간 평균 7%의 가격 인상률을 보여 이 추세대로라면, 몇 년 내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 전자자료 구입비의 50%를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하게 되리라 전망된다. 국내 민간 데이터베이스 업체들 또한 구독료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추세다.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학술 논문 데이터베이스 유통구조는 학문과 지식 생산 체제의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전면 무료 공개) 출판 등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8년 4월 20일 한국의 문헌정보학 분야 8개 학술 단체는 오픈 액세스 출판을 선언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국기록관리학회는 지난해 9월 디비피아와 저작권 계약이 만료된 후, 학술지 논문들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와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29일에는 학술단체협의회, 국어학회 등 37개 학회 및 단체가 성균관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공기관의 전자 논문 서비스를 오픈 액세스 형태로 개편하고, 정부 및 학술 진흥 공공기관들은 오픈 액세스 학술지 출판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대안적 지식 공유 플랫폼 운동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관리해 상업화돼가는 학술지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여러 연구, 학술, 도서관 단체가 부다페스트 오픈 액세스 선언을 한 해가 2002년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엘스비어와의 계약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소속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액세스로의 전환 요구를 회사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제 점점 더 많은 민간 연구자와 학술 재단도 논문 공개에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빌과 맬린다 게이츠 재단과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가 2020년부터는 자신들의 재단 기금이 투자한 연구 논문을 모두 무상으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술 논문이 연구자 간에 자유롭게 공유되고, 검증되고, 발전돼야 함은 학문 생태계의 지속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나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연구 개발 기금을 받아 이뤄진 연구 결과와 학문 지식이 공공재임은 다시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유통하며, 이용료를 받아, 이윤을 창출하고, 학문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지식의 공공성 강화가 연구의 질과 성과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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