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군 생활을 마친 후, 꿈에도 그리던 복학을 맞이했다. 아는 친구라도 만날까 봐 고개를 두리번대다가도, 이내 마주치면 지어야 할 멋쩍은 웃음이 싫어 시선을 피했다. 그런 필자의 시선을 고정한 생명체가 있었으니, 이는 다름 아닌 오리였다. 자하연 근처를 유유히 걸어가는 오리 한 마리. 사진을 찍어 동기들에게 얼른 보여줬더니, 이미 재작년 말부터 터를 잡은 오리들, 일명 ‘쀽뺙이’란다.

새삼 ‘쀽뺙이’도 모르고 학교에 다닐 뻔했다며 지난 2년의 공백을 야속해 하던 필자는, 그 공백을 메우고 나름의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기 위해 『대학신문』을 펼쳐 들었다. 이사 온 지 2년 된 오리 이야기는 고사하더라도, 최소한 지난 몇 주간 일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1면부터 처음 듣는 소식의 향연이었다. 전자출결 시스템이 도입됐고, 서어서문학과 A교수는 해임됐으며, 총학생회가 조국 교수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는 소식은—이제 필자도 어엿한 학내 구성원으로 다시 편입될 준비가 됐다는 안도감을 주며—정보 전달의 창구 역할을 수행해냈다.

하지만 필자는 이내 마음속에 느끼던 그 공백이 지난 2년간의 휴학보다 훨씬 더 오래됐으며 광범위하고, 우리들 곁에 만연한 것임을 깨달았다. 가장 파릇파릇했던 1학년 새내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사실 필자는 필자를 둘러싼 환경 일정 반경 이상으로는 관심도 없었다. 사회대 전공 탐색 과목은 무엇을 들으면 좋을지 혹은 16-1동 파파이스 자리에는 무슨 식당이 들어올지 따위의 고민이면 충분했고 그것이 내 서울대의 전부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삶 속으로 침전했다. 각자의 소속 단과대, 신분, 성별, 관심사, 인간관계 속에서 유영하며 다른 이들의 세상과는 멀어진다. 그렇게 공백은 만들어진다.

4면에 소개된 단과대 신임 학장의 인터뷰는 이 공백을 다시 환기해줬다. 생활대에서는 낙후된 222동 공간 개편을 당면 과제로 뒀고, 약대에서는 통합 6년제로의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 사회대생인 필자로서는 관심을 기울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관악 길고양이보호협회가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캠퍼스 내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됐다는 사회 면 소식부터, 자신만의 취미를 만들어 소소한 행복을 좇고 있다는 대학원 과정 수료생의 이야기까지. BK 국제관 시설 관리직원들이 업무 분담 체계 문제로 관악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3면의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의 단절이었다.

문득 필자가 몰랐던 ‘쀽뺙이’는 비단 오리 두 마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른 단과대에서 다른 학문을 공부하고 다른 불만을 가졌을 그대들 모두 ‘쀽뺙이’였으리라. 학부생인 필자와 달리 교수진, 대학원생 또는 직원의 신분으로 교정을 거닐었던 그대들 역시 ‘쀽뺙이’였으리라. 필자가 정치 풍자극 동아리 활동에 매진할 동안, 고양이를 사랑하거나 매주 노동조합 소식을 기사글로 풀어낸 그대들 물론 ‘쀽뺙이’였으리라.

현실적으로 모든 공백이 메워질 수는 없겠지만, 이따금 “우리 여기 있소!”라고 외치는 주변의 ‘쀽뺙이들’에게 짧은 시선이라도 내주는 서울대가 되길 희망한다. 또 곳곳에 숨어 있는 ‘쀽뺙이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서로에게 이어줄 수 있는 『대학신문』이 되길 응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학생도 다시 한번,

“우리 여기 있소!”

장형욱

정치외교학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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