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소득격차 완화를 위한 최고임금 도입 시기와 필요성 토론회

지난 3일(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과 유럽헌법학회의 주관으로 ‘소득격차 완화를 위한 최고임금 도입 시기와 필요성 토론회’가 열렸다. 최고임금제란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고위층의 과도한 보수를 제한하는 제도로 세계 각국에서 제도화되고 있다. 일명 ‘살찐 고양이법’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6년 최고임금법안을 발의하고, 올해 4월과 7월 부산시의회와 경기도의회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최고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토론회를 주관한 오영훈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공기관 내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20배로 제한하는 안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 최고임금=최고임금 관련 입법은 스위스,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추진됐지만 그 형태는 다양하다. 그중 독일에서는 ‘임원보수의 적정화를 위한 법’을 제정해 임원진의 보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업계의 일반적 보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주주의 대리인인 감독위원회가 각 개인 임원 보수의 적절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정미경 소장은 그 배경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기에 대응할 임원진의 높은 능력을 기대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높은 급여, 보너스, 퇴직금을 지급했다”라며 “위기를 유발한 임원진이 높은 임금을 가져가는 데 사회적 불만이 제기됐다”라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임원보수적정화 법률의 입법으로 거대한 권력과 부를 가진 임원진과 이사진에 대한 공공의 감시·견제를 강화할 수 있었다”라고 독일 입법례의 효과를 평했다.

반면 독일과 달리 스위스와 프랑스는 임원진과 이사진의 임금에 대해 주주총회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통해 과도한 보수 지급을 방지하고 있다. 심민석 객원교수(숭실사이버대)에 따르면 스위스는 최고임금을 구체적 수치로 제한하는 방식 대신 최고경영인의 고액연봉을 주주총회의 승인 의무화를 통해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강대 법학연구소 정재도 연구원은 “프랑스 또한 주요 임원들의 보수총액 뿐만 아니라 보수의 기준이 되는 고정적, 가변적, 특별 요소들에 대한 원칙과 기준들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을 의무를 규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임금은?=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는 기관장의 보수를 최저임금의 7배, 임원 보수는 최저임금의 6배로 제한했다. 경기도 조례 또한 공공기관장의 보수를 최저임금의 7배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심민석 객원교수는 “처음엔 강제성을 가졌지만 부산시장의 반대로 최고임금 규정이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라며 권고 불이행을 규제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국회에 발의된 최고임금 법률안은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의 후 별다른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의 10배로 제한하고 있는 이 법률안에 대해 심 교수는 “공공기관에 제한을두는 것은 법적으로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경제학적 근거를 들어 10배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뒷받침해야 한다”라고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규제조치의 정당성과 실효성은?=최고임금 법률안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더라도 정당성과 실효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의정연구원 홍선기 교수는 “최저임금은 인권과 기본권을 근거로 강제할 수 있고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라면서도 “최고임금제는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라고 조심스런 접근을 취했다. 유성재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규제 조치의 최소 침해 원칙을 고려한다면 최고임금제보다 적게 자유를 침해하면서 소득재분배를 이룰 방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라며 최고임금제도 법률안에 위헌성이 존재할 위험을 지적했다. 유럽헌법학회 전학선 회장은 “최고임금 규정을 공공기관에만 도입한다면 위헌성에서 비교적 자유롭겠지만 사기업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법적 쟁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고임금 법률안의 효과와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적지 않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한동숙 연구위원은 “공공에 비해 민간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기에 공공기관에 최고임금을 강제할 경우 공공에서 민간으로의 인재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국회미래연구원 정영훈 연구위원은 “최고임금 법률안의 목적이 소득격차의 완화와 소득재분배의 촉진이라면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 강력한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고임금제가 상징성은 있지만 기존의 조세 징수와 비교할 때 소득 격차 해소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정당성과 실효성 모두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득의 양극화와 함께 가계부채의 심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칫하면 절망적인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고임금은 이렇게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고려해봄직한 선택지다. 하지만 최고임금제를 입법하기까지의 법리적 문제와 시행 시의 부작용, 그리고 소득재분배의 효과 여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이 신중한 검토를 거쳐 유의미한 소득불평등 완화 방안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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