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다른 성장’이 될 수 있을까?
그린뉴딜, ‘다른 성장’이 될 수 있을까?
  • 박지민 기자
  • 승인 2019.09.2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정의당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이헌석 위원

‘그린뉴딜’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주요 공약으로 부상할 만큼 해외에서는 거대한 정치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인 ‘뉴딜 정책’과 녹색 산업을 의미하는 ‘그린’을 합친 용어며, 기후위기 및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책이다. 지난 18일(수) 정의당은 그린뉴딜을 새로운 경제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며 ‘그린뉴딜경제위원회(그린뉴딜위원회)’를 발족했다. 진보 정당의 경제 정책 역량에 의구심이 짙은 지금 『대학신문』은 그린뉴딜위원회 이헌석 위원을 만나 그린뉴딜 정책의 필요성과 가능성, 한계를 물었다. 이헌석 위원은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의 본부장과 환경단체 ‘에너지공동행동’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뉴딜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그린뉴딜에 대해 설명해달라.

과거와 같은 지속적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도 심화되는 추세다. 그렇기에 지금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시기며,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때다. 그린뉴딜은 종래 GDP(국내총생산) 성장 중심의 구조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는 정책이다.

그린뉴딜위원회는 경제구조 전환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산업 중심의 성장은 어려우니 국가 차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자해 저탄소기술, 첨단에너지기술과 같은 녹색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새로운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국민경제의 성장 방향을 끌어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적합한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다른 성장’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전 정부들도 환경을 중시하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린뉴딜이 과거 정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도 출범 당시 환경을 고려한 성장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걸었다. 녹색성장과 그린뉴딜의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의 초점은 ‘성장’이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이 시행됐고 원자력 발전소, 화력 발전소가 계속해서 건설됐다. 환경단체들은 당시의 정책을 ‘고탄소 회색성장’이라고 비판했다. 환경 정책이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린뉴딜위원회는 정교하게 세부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사회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을 위한 대규모 집중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은 분야별로 작게 쪼개서는 실현할 수 없다. 앞선 정부들이 실패한 까닭은 한 부분의 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은 데 있다.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자해 단기간에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린뉴딜은 경제 정책이자 에너지 정책이고 사회 정책이다. 전면적 개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그린뉴딜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 그린뉴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가 환경 운동이 경제적 성장과 상충한다고 오해해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린뉴딜이 단순히 환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린뉴딜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올 초 많은 시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받았다.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가구에서 지출한 비용이 월평균 2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미세먼지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철저하게 개인의 비용으로 충당된 셈이다. 그린뉴딜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그 피해를 사회적으로 분담해 가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그린뉴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즉 환경을 지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와 선의만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없다. 그린뉴딜위원회는 대량해고, 실업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산업구조의 급격한 전환이 아닌 연착륙을 지향한다. 그린뉴딜은 국가 주도의 강압적 형태의 전환이 아니라 시민, 노동자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이런 민주적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이헌석 위원은 “그린뉴딜의 시행은 불가피한 방향”이라며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그린뉴딜 정책의 재원 충당 계획과 실현 가능성에 관해 묻자 그는 “위원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그린뉴딜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고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린뉴딜위원회가 말하는 그린뉴딜은 환경 개선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획기적 기획이지만 동시에 허울 좋은 이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책의 구체성과 현실성이다. 앞으로 ‘그린뉴딜경제위원회’의 주장이 ‘틀린 성장’에 그칠지 ‘다른 성장’의 길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