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오승윤 기자
학술부 오승윤 기자

“무릇 용이란 짐승은 길들여서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용의 목 아래에는 … 역린(逆鱗)이 있다. 만일 사람이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용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군주에게도 마찬가지로 역린이란 것이 있다. 설득하는 자가 능히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 설득을 기대할 만하다.” 

-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피지배자로 하여금 그들이 통치한다고 생각하게 해 그들을 통치하는 것. 오직 사냥하거나 사냥당하는 야누스의 얼굴. 각종 패권을 둘러싸고 한치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이 진행되는 국내외 권력 집단간의 암투와 희비가 엇갈리며 정점을 향해 손 뻗는 그 광기가 언제나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고백하건대 21살의 나는 정치 권력의 선한 측면보다는 악하고 부패한 측면을 오랫동안 봐 왔고 글을 쓰는 지금도 후자를 굳게 믿고 있다. 공자와 맹자보다는 한비자와 순자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먼저 배워 버렸고,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하우스 오브 카드〉와 〈왕좌의 게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적나라한 정치 패권 다툼에 대한 나의 탐닉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본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전쟁은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미중 간의 무역 및 관세 분쟁에서 양국 정부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 싸움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두 종주국의 패권 분쟁 속 희열과 더불어 내가 느낀 것은 놀랍게도 우려와 좌절이었다. 국제 패권 분쟁의 주도국도 아니지만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한국이 겪을 국내 경제 투자, 소비 둔화와 금융 쇼크는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했다.

제조업과 기술혁신은 국가 경제의 근본이다. 제조업은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크게 좌우하기에 경시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이 국내총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기에 제조업 부진은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현재 국내 제조업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과거 최강 산업 분야였던 반도체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두 중국에 압도당하고 있다. 나는 산업 경제 발전을 위한 제조업 도약의 발판 강화는 ‘필요’가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유망업종이 모두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이 튼튼해야 산업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제조업 혁신을 통해 자국 산업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직시하며 잠들었던 대륙의 황룡이 눈을 뜨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움직이는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은 경제 및 산업 총량에서 절대 중국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산업 성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최대한 우리에게 이롭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는 자신의 저서에 유명한 고사 ‘역린지화(逆鱗之禍)’를 서술하며 군주와 2인자의 자세에 대해 논했다. 지금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황룡은 세계의 어떤 상대도 대적해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그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황룡의 등에 올라타 역린을 건들지 않고 그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오직 지금 움직이는 자만이 기회를 잡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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