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장 김창연
취재부장 김창연

최근에는 [속보] 타이틀을 통해 내보낸 기사가 유달리 많았다. 학내 구성원에게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빠르게 상황을 전하고 싶은 중요한 사건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찬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지부(일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본부와 임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며 파업해 도서관과 윗공대에 가스 중앙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봄이 끝나갈 즈음에는 학내 갑질·성희롱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전체학생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가을이 훌쩍 다가오는 지금은 서울대 안팎으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며 학내에서는 각종 집회가 열렸다. 지난주에는 불과 사흘 사이에, 학내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행동이 열렸으며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굵직한 사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취재하며 지켜본 나는 가끔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단이 너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당장 『대학신문』만 해도 기자들이 집요하게 그들의 말을 듣고자 하는데, 학내 다른 언론 기자들과 기성 언론 기자들까지 상대해가며 학업도 이어나가는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학내외로 논의할 사안이 생기면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총운영위원회를 통해 행동방안을 정하고, 충실히 이행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현명한 대응 방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던 중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가 대내외로 한참 논란이 될 때 부총학생회장은 청문회 일정 조율 결과가 불분명하다며, 사안이 급박해 총운영위원회가 열리기 이전에 개인의 자격으로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기획했다. 이후 진행된 총운영위원회에서는 총학생회가 1차 집회의 기조를 이어받아 추후 집회를 기획할 것이라고 결정됐다. 나는 처음으로 “학생을 대표하는 자가 개인의 자격으로 학내외 사안에 의견을 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자격으로 ‘정의’를 외치며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좇을 수 있다는 당연한 생각을 이제 와서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학내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A교수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총학생회가 최전선에서 학생들을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의 ‘일상’을 신경 쓰겠다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일상과 직결되는 교수의 갑질이나 학내 노동자의 파업보다는, 우리나라(祖國)에 더 신경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 번 더 매우 놀랐다. 총학생회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추후 대응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임시 총운영위원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이번 총학생회가 소집한 일요일에 열리는 정기 총운영위원회가 아닌 임시 총운영위원회는 여태 총 세 번뿐이다. 앞선 임시 총운영위원회는 전체학생총회에서 다룰 의안을 확정하기 위해, 전체학생총회 당시 아크로폴리스에서 후속 행동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졌던 두 번이 전부다. 학생들의 ‘일상’을 신경 쓰는 총학생회는 지난 겨울 일반노조 노동자의 파업 당시나, 이번 생협 노동자 파업 당시 연대를 제안받았을 때는 그저 관련 공지만 학생들에게 전달했을 뿐 학생들의 ‘일상’에 임시 총운영위원회라는 제도는 없었다.

여러모로 바쁜 와중에 제62대 총학생회 선거 일정이 공고됐다.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 총학생회는 학내에서도 ‘정의’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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