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학혁신센터’가 본부 기획처 산하에 설립됐다. 대학혁신센터는 서울대의 비전을 향한 통합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으로, △혁신과제 개발 및 장기적 전략 기획 △국공립대 간 협력 과제 개발 △고등교육 정책 비전 제시 및 발전 방안 연구의 세 가지 기능을 중요하게 담당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서울대 발전의 인프라가 되는 캠퍼스의 미래를 위한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다. 서울대에는 2016년 이후 캠퍼스 마스터플랜이 부재하다. 평창캠퍼스와 시흥캠퍼스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캠퍼스 발전을 위한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모두 부재한 것이다. 

캠퍼스 마스터플랜의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캠퍼스 마스터플랜 2012-2016」은 2014년이 돼서야 확정됐으며, 확정된 계획마저도 여러 문제로 인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또한 마스터플랜 자체가 의무 사항이 아닌 데다 플랜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그 원칙과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 공대는 따로 ‘공대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해 캠퍼스 난개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는데, 이 플랜은 본부 및 다른 단과대로부터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못해 그 실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칙 없이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노후된 건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기적인 보수 공사 및 증축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본부는 단과대가 본부에서 심의한 계획과 그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며 캠퍼스 난개발의 이유로 단과대 이기주의를 지목했다. 그러나 본부의 전반적인 마스터플랜 부재와 실천의 미비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본부는 대학비전의 가치와 혁신의 방향을 세우고 이에 맞는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세계의 고등교육은 ‘대학의 세계화’ 구호 아래 모든 이슈를 흡수했던 시기를 지나, 2015년 유엔이 전세계 국가들과 공동으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의 미래 전략이 SDGs를 토대로 삼는다는 것은 학내 공간 설계의 난개발 문제 해결을 넘어 포용적 교육환경, 자원재활용,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재생에너지 등 세계시민교육, 글로벌사회공헌 등 대학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캠퍼스 인프라의 혁신을 포괄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학의 혁신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본부는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관악과 연건에서 평창과 시흥으로 확대된 캠퍼스를 모두 시야에 넣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본부의 조정자 역할과 각 대학의 이해, 협력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러한 마스터플랜은 전지구적 의지로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토대 위에서 서울대가 선도적 연구에 앞장서는 대학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연구와 교육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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