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 패권 속, 중국 산업의 중심 잡기
흔들리는 세계 패권 속, 중국 산업의 중심 잡기
  • 오승윤 기자
  • 승인 2019.09.2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올해 10월 초 워싱턴에서 재개된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와 경제 단위는 다시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기존 패권 질서를 공고히 하려 한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패권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다. 이때문에 기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대결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양국은 무역과 경제 부문에서 최초로 격돌했고 이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시장을 2년째 불안정하게 했다. 더불어 미중 무역 분쟁이 관세 분쟁에서 미래 기술 패권 분쟁으로 확대되며, 2015년부터 중국 시진핑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제조업의 자급률 제고를 통해 수입대체화를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기존 제조 국가들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대학신문』 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현주소와 전망을 파악한 후,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현주소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2015년부터 실시한 30년 장기 혁신 계획의 1단계에 해당한다. 현재 중국은 제조업 혁신을 통해 세계 제조업 선도 국가로서의 지위 확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강계두 이사는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주요 10대 핵심산업의 23개 분야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산업 고도화와 IT 기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10대 핵심 산업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높이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주요 항목과 그 진행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최필수 교수(세종대 중국통상학과)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크게 부품산업과 신 산업 분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라며 “그 중 부품산업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김동수 북경지원장도 “반도체와 5G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빠른 성장이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주된 성과”라고 평가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10대 산업 중 차세대 정보기술은 반도체(부품 산업)와 5G 정보기술(신 산업)으로 나뉜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10대 산업 중 차세대 정보기술은 반도체(부품 산업)와 5G 정보기술(신 산업)으로 나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당시 15%였던 반도체 및 부품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설정한 후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기 직전인 2014년, 218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중국은 반도체 산업이 자국 제조업 선도의 정수라는 ‘반도체 심장론’을 제시하고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한화 약 172조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정책 발표 2년 차인 2017년까지 중국은 총 70여 개의 반도체 및 부품산업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현재까지도 대규모 펀드 조성과 연구개발 투자 계획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업 양성을 통해 전자 제품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마이크로 칩을 개발하며 중국산 칩의 사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정부는 고밀도 패키징 및 3D 마이크로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정책 실행 10년 차인 2025년에는 패키징 산업의 발전과 핵심 제조설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 2025 전략 중 신 산업 분야의 정수로는 5G 및 사물인터넷을 꼽고 있다. 민성기 교수(대구대 중국어중국학과)는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4세대 통신 서비스에서 뒤처졌다”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5G 경쟁에서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제조업 및 공정과정에서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설비 개발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최필수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부품 산업, 신 산업과 더불어 인터넷 플러스 항목을 주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 시설을 확충해 중국 전역의 광대역 인터넷 보급률을 2013년 기준 13.9%에서 2025년까지 82%로 향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PMI지수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직접 체감하는 경기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수로, 신규 주문이나 생산량, 재고, 가격 등의 항목을 수집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0~100점으로 표시하는 지표다. PMI지수 50을 기준으로 경기의 호황 여부를 나타낸다. 자료 출처: 중국공정원 「제조강국 전략연구보고」
PMI지수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직접 체감하는 경기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수로, 신규 주문이나 생산량, 재고, 가격 등의 항목을 수집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0~100점으로 표시하는 지표다. PMI지수 50을 기준으로 경기의 호황 여부를 나타낸다. 자료 출처: 중국공정원 「제조강국 전략연구보고」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침체와 하락: 실패한 정책인가?

하지만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술혁신이 갈 길은 멀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낙후된 공정, 높은 원가, 부족한 인력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3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 SK, 마이크론과 비교하면 여전히 3~5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의 엄청난 투자금 규모에 비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은 여전히 삼성전자(14.2%)였으며 세계 반도체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중국 반도체 기업은 전무했다. 강계두 이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3월에 중국 정부가 M&A를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해 기술격차를 줄이려 시도했다”라며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견제로 인수가 좌절됐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의 첨단기술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중국 산업 구조 내에 산적한 문제들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기업 자체의 창조 능력 부족과 고급 기술 및 인력자원의 높은 해외 의존율은 기술집약형보다 자원집약형에 가까운 중국 산업혁신의 현실을 보여준다. 국제산업협력실 강지영 연구원은 2015년 발표한 「산업정책해설: 중국 제조 2025」에서 “중국 첨단 기술의 대외 의존도는 약 50% 정도로, 고급 장비의 수입의존도가 한국을 비롯한 인접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정책이 실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중국의 수입의존도는 여전히 40%대에 머물고 있다. 높은 해외 자원 의존도는 제조 상품의 품질 불량으로 이어졌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실시된 2015년 이후에도 생산된 상품의 샘플링 검사 불합격률이 여전히 10% 이상이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문제는 중국 첨단 산업의 국제화 수준 미흡 및 글로벌 경영능력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중국 경제 성장률의 둔화를 일으켰다. 지난 15일 중국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가 더 이상 6%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발표했다. 한때 중국은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 경제 성장세를 견인한 바 있다. 하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중국 제조 2025 전략마저 큰 효력은 발휘하지 못해 2019년 1,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각각 6.4%와 6.2%를 기록했다. 현재 3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분기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 중국의 경제 위기설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기존 산업 주도국의 견제도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 기술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한국 등 기존 제조 국가들에게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봉교 교수(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는 “미국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세계은행, OECD, IMF 등 세계적인 주요 경제기구들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순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잠정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미국과 같은 산업 주도국과 각종 세계적 경제기구의 중국 견제는 선진국들이 자국 우선의 보호주의를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할 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성과: 중국 제조업,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집단은 ‘중국 위기설’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며 아직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최필수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대외적으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발전 추이가 좋지 않은 것은 중국 내부의 문제보다 전 세계 산업 침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오히려 시진핑 1인 독재 체제의 신속한 정부 주도 전략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고용 창출량과 산업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김동수 북경지원장 역시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에 대해 “수치상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중국의 경제 총량 자체가 증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지난 5년간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제조업 혁신 센터 건설, 시범도시 건설 등 인프라 구축과 다섯 개의 국가급 제조업 혁신 센터 선정 등 가시적인 정책적 성과를 거뒀고 기술 혁신적 성과도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연구 개발 투자와 지식재산권 등록에서 세계 2위, 과학 논문 발표 수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은 기술 혁신 능력의 빠른 향상을 과시했다. 강계두 이사는 “반도체 산업과 타 분야의 기술혁신이 결합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중국 기술과 경제의 발전은 주목할 만하다. 강지영 연구원은 「산업정책해설: 중국 제조 2025」에서 “최근까지 단말과 기지국 사이 무선 전송 기술인 5G NR 분야에 신고된 5,124개의 특허 중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가 낸 특허가 1,481개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라며 “미중간 IT 기술격차가 0.5년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기존 IT 최강국이었던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2015년 2.1년에서 2019년 현재 1.2년까지 좁힌 상태다. 5G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은 중국의 신 산업 기술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패러다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중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 규모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라며 “중국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디지털 기반 경제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안덕근 교수(국제대학원)는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의 5G 산업을 이미 앞서 나갔다”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5G 기술을 세계에 처음 배포하겠다는 한국의 큰 포부는 한층 어려워졌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적 부문에서도 한국이 여전히 품질, 제조, 인적 자원 측면에서 중국에 근소하게 앞섰으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결국 종합 경쟁력 자체는 중국에 뒤지고 있다. 민성기 교수는 “이는 현재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를 비롯한 각종 수출 정도와 경제 지수 하락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 중국의 경제 및 기술적 발전과 시장 다변화를 경시하고 현실에 안주할 경우 한국 경제는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한국이 자동차 부품 등 완성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비율은 전체 대중 수출 중 78.9%를 차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팀장은 “중간재와 부품을 중국이 직접 생산하게 되면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은 가격 담합을 이유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부품 산업 제품의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독일 싱크탱크인 ‘MERICS’는 지난 2016년 한국이 중국 제조 2025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위: %) 2017년까지 자료는 IHS 마킷의 데이터, 2018년 2분기 자료는 델오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단위: %) 2017년까지 자료는 IHS 마킷의 데이터, 2018년 2분기 자료는 델오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한국의 대응방향: 새로운 산업 경제 패러다임의 시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위력은 아직도 유효하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기존 제조 국가들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기존 구세대 기술 공학뿐만 아니라 신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새로운 시장 수요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한국 산업경제에 기회 요인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 2025 전략과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줄어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한재진 팀장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10대 산업과 한국의 신 성장 산업 육성 분야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한중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주요 제조 장비 개발 계획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로봇, 차세대 정보기술 (5G, AI, 빅데이터) 등 한국의 19개 미래성장동력 산업과 중국 제조 2025 전략 간 중복되는 업종이 12개, 유사 업종은 6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팀장은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의 국제적 분쟁으로 중국의 기술 습득이 지연되는 틈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정보통신기술과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 신 성장 산업 등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R&D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4차 산업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방지할 대응책 또한 필요하다. 민성기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국 핵심 산업에 대한 기술 유출과 인력 빼내기를 강력하게 법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라고 예를 들었다. 미국은 1996년 ‘경제스파이방지법(EEA)’을 제정해 국가 전략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면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형, 추징금은 최대 500만 달러에 이르는 만큼 선진 제조국의 인재 관리 시스템은 철저히 운영되고 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기업도 있다. SK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술력이 높은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 전략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수요와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국의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방법이다. 서봉교 교수는 “새로운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중간재 공급에 역점을 둬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북,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기업 ZTE 의 미국에 대한 수출금지 조처를 내리자 ZTE의 점유율이 크게 감소한 반면,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크게 확대된 선례가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의 기술 경쟁력 상승으로 수입대체화가 가속될 경우 업종과 기술 수준에 맞춘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에 따라 중국과 미국 간의 네트워크가 끊어지면서 세계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두 개의 큰 네트워크로 양분됐다. 최필수 교수는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이제는 옛말”이라며 “양분된 미국 중심의 가치사슬과 중국 중심의 가치사슬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서봉교 교수는 “21세기 디지털 혁신과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고 미중 간 글로벌 패권 전쟁 사이에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현재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은 아직 중국에 한참 뒤쳐졌다”라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단기적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마련하고 아세안 지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 공동 진출 전략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중국은 한국 기업과 산업 단위에게 단순히 중간 제조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산업 발전을 일으킨 중국은 더 이상 소비 과정의 중간자가 아닌 엄청난 규모의 최종 소비시장이 된다. 정부와 기업의 중국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과감한 산업규제 완화와 초기 수요시장 마련을 통해 기술상용화 및 산업화 촉진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5일을 기점으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 제조 2025 전략’이라는 명칭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총 예산의 13.4%로 증액 책정하며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안덕근 교수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단순한 산업고도화 전략이 아닌 중국의 세계 기술 및 경제 패권 장악의 핵심 추동력이기에 내부적으로 일부만 보완돼 지속해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하락과 산업 성장 둔화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김동수 북경지원장은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에 대한 이해와 우호적 감정,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이뤄야 한다”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중국 견제는 한국 산업이 중국을 다시 따돌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준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숨겨진 현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의 기술 및 경제 분야의 발전을 모색하는 돌파구로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홍해인 기자 hsea97@snu.ac.kr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