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먼 한국의 일본 연구

◆서울대의 일본 연구 현황
지난 2일(수),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일본 연구소는 ‘지역으로서의 일본’에 대해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으로 ‘미국학 연구소’와 같이 학내에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지역학 연구소다.

그동안 학내에서 일본 연구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 제기돼 왔다. 80년대 초반 일본 정부 측에서 서울대에 일본연구소 설립을 위한 자금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연구소 설립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박철희 교수(국제대학원ㆍ일본정치)는 “당시에는 반일 감정이 강했고, 일본 연구를 한국의 필요에 따라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1995년 국제대학원의 전신인 지역종합연구소 산하에 일본연구실이 설립됐다. 이 기구는 일본자료센터에서 일본연구센터로 발전했고 이번에 다시 연구소로 규모가 확장됐다.

박 교수는 연구소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대, 중세사 외에 현대의 일본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한영혜 교수(국제대학원ㆍ일본사회)는 “일본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공대, 농생대, 수의대, 약대 등의 교수도 겸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일본 연구 현황
한국의 일본학 연구가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진창수 박사(세종연구소ㆍ일본연구센터)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선진국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1980년대 일본의 성장에 대한 자극으로 인해 일본 배우기 열풍이 불었다”며 “당시 일본으로 건너갔던 유학생들이 돌아와 199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에는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와 국민대 일본학연구소가 개소됐다.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학문 연구 외에도 통일ㆍ외교ㆍ안보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 역할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민대 일본학연구소는 20여 명의 연구진을 보유해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이 외에 한림대 일본학연구소는 번역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일본 관련 서적 100여 권을 출판했고, 고려대 일본학연구소는 소장한 일본 관련 장서 1만여 권을 정리 후, 자료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외에 한국일본학회, 한일관계사학회 등 다양한 학회가 활동 중이다. 특히, 한국일본학회는 2003년부터 한국일본어문학회, 일본어문학회 등 5개 일본 관련학회들과 「일본학연합회」를 구성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1973년부터 발간한 학회지 『일본학보』는 일본학 분야 최초로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오르는 등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한일관계사학회는 자칫 자국 중심의 국가주의로 빠지기 쉬운 한ㆍ일 양국의 관계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활동 평가와 방향
한편, 지금까지의 일본 연구 활동에 대해 한 교수는 “연구소 중 다수는 형식적, 개별적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서정완 교수(한림대ㆍ일본학)도 “학문적 접근이 부족하다보니 위안부 문제도 일본 시민단체에서 먼저 지적했다”며 전문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지금은 나아진 편이지만 한국에서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객관화된 학계의 주장이나 과학적인 검증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일본 여행기와 총론적인 일본관을 담은 상업적인 일본학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일본 연구는 필요에 따라 냉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지리적, 언어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일본을 연구하기 유리하다”며 “앞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연구센터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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