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2019 서울대학교 예술주간’ 리포터스 초이스

23일(월)부터 27일까지 관악과 연건 캠퍼스 곳곳에서 ‘2019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이 이어졌다. 패션쇼,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연극 분야의 다채로운 예술이 캠퍼스를 장식했다. 예술주간은 전공자 뿐 아니라 비전공자도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학신문』 문화부 기자들이 직접 예술주간 속에 들어가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우석갤러리 기획전 〈x가 x인 동시에 x가 아닌〉

어떤 것이 그것인 동시에 그것이 아니다. 이 문장은 논리적으로 틀린, 성립이 불가능한 문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가능하다. 23일(월)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2019 예술주간 우석갤러리 기획전 〈x가 x인 동시에 x가 아닌〉에서는 일상 속의 간극, 불일치, 모순에 대한 경험을 다룬 작업을 조명한다. 실체 없이 불명확하게 다가오는 존재, 감정과 느낌을 주제로 한 조각, 회화, 영상, 설치 미술은 우리가 명확한 것이라 믿었던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①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명확’이다. 각 작품은 물리적 형태를 지녔음에도 그 실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관객은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듯하면서도 결국 의미를 알아내는 데 실패한다. 이경주 작가(서양화과 석사과정·19)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팽팽하게 부풀어(〈땡글〉) 서로 겹겹이 겹쳐있는(〈겹겹〉) 캔버스 속의 물체(사진①)는 친근하면서도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것은 닭백숙 같기도, 엄마의 뱃살 같기도 하지만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 특정 지을 수 없다. 이경주 작가는 “언어화되지 않는 ‘그 무엇’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이것들은 서로를 연상시키며 교집합 안을 맴돌지만 고정된 점으로 모이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언어에 도달하지 못한 것들은 허구의 이미지로 남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진②
사진②

불명확성은 이곳과 저곳을 오가며 끝없이 변화하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특히 존재를 명확히 규정했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간극이 좁혀질 때 모호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오세린 작가(디자인학부 금속공예전공 석사과정·18)의 〈베트남 프로젝트〉(사진②)에서는 기성품과 공예품의 관계를 통해 상반되는 듯 보였던 존재도 실은 서로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이 드러난다. 기성품과 공예품은 존재론적 지위의 측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공예품은 모든 과정이 작가의 손을 거치는 유일무이한 ‘작품’인 반면 기성품은 기계를 통해 대량 복제되는 ‘물건’이다. 작가는 이런 존재의 명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기성 장신구를 새롭게 조합해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킨 후 다시 그 디자인권을 팔아 대량 복제와 유통이 가능한 기성품으로 만든다. 기성품이 공예품이 되고 다시 기성품이 되는 동안 둘 사이의 경계는 흐려지고 간극은 사라진다. 

사진③
사진③

 

사진④
사진④

 

불명확성과 간극은 결과적으로 불안을 야기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특정할 수 없는 것은 인간에게 불안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설고은 작가(서양화과 석사과정·19)는 모순이 일으킨 불안의 상태를 파편화돼 부유하는 디지털 이미지로 표현한다. 〈What I see in my Windows〉(사진③)에서는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는 비눗방울 같은 것들이 정처 없이 떠다닌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파편화된 데이터로 존재하는 이미지 혹은 현대인의 모습이다. 〈Not here, Not there〉(사진④)의 로봇 아담과 맥락 없이 조각난 디지털 이미지들은 한데 섞여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관객은 가짜 세계가 실제 세계를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위협감,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불명확하고 끝없이 변화하며 불안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것도 섣불리 확신할 수도, 단언할 수도 없다. 불명확의 간극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전시 〈x가 x인 동시에 x가 아닌〉의 작품들은 그래서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지금 당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분명 당신은 이 전시의 애매모호함 속에서 스스로의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캠퍼스에 예술이 가득했던 5일 동안의 예술주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예술주간은 마음의 여유를 잃고 지내던 구성원들에게 예술을 통해 잠깐의 여유를 선사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다. 예술주간을 통해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비록 예술주간은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서울대를 밝혀줄 것이다.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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