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2019 서울대학교 예술주간’ 리포터스 초이스

23일(월)부터 27일까지 관악과 연건 캠퍼스 곳곳에서 ‘2019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이 이어졌다. 패션쇼,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연극 분야의 다채로운 예술이 캠퍼스를 장식했다. 예술주간은 전공자 뿐 아니라 비전공자도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학신문』 문화부 기자들이 직접 예술주간 속에 들어가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중문극단 ‘화양연화’ 원어연극제 〈버스정류장〉

지난 23일(월) 14동 인문소극장에서 중문극단 ‘화양연화’의 연극 〈버스정류장〉이 막을 올렸다. 연극 〈버스정류장〉은 여러 사람이 버스정류장에 모여 버스를 기다리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말 없는 남자에게 노인이 말을 걸며 극이 시작된다.

“차 막 갔소?”

묵묵부답의 한 남자와 노인, 그리고 그 뒤로 많은 사람이 버스를 타기 위해 하나둘씩 모여들어 줄을 선다. 시내에 가야 하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그들은 버스를 기다린다. 아기 엄마는 아기 밥을 먹이기 위해, 노인은 장기를 두러 가기 위해, 학생은 시내에 있는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해, 아가씨는 얼굴도 모르는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시내에 간다고 말한다. 제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한마음으로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버스는 여러 차례 정류장에 서지 않은 채로 지나가고 새로운 버스는 오지 않는다. 몇 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사람들은 초조해하고 실망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동시에 읊조리기 시작하고 복잡하게 얽힌 여러 말소리는 버스를 기다리며 그들이 겪은 좌절감을 드러낸다. 기다리다 놓친 무수한 기회들은 그들의 대사와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무력하게 버스만을 기다렸던 그들은 곧 시내를 향해 함께 걷기 시작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시내에 가야 하는 목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학생은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숙련공에게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아가씨는 얼굴도 모르는 미상의 인물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스정류장에서 새롭게 만나 사랑하게 된 사람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시내로 향한다. 사람들은 기다림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닫고 더이상 찾아오지 않는 버스만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나아가기를 선택한 것이다. 

연극 〈버스정류장〉은 우리의 인생을 담은 작품이다. 살면서 겪는 가지각색의 기다림을 버스를 기다리는 것에 빗대 표현했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의 손성현 연출(원자핵공학과·17)은 “우리의 인생이 결국 기회, 행운,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라며 극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출의 혼란함 역시 인생의 일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손성현 연출은 “중국어로 하는 연극이라는 점과 여러 배우가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읊조리는 다성부 연출은 관객을 다소 혼란스럽게 했을지도 모른다”라며 “하지만 인간은 삶 속에서도 늘 고민을 반복하는 혼란스러운 존재기 때문에 연극을 자신의 삶과 겹쳐볼 수 있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연극 〈버스정류장〉은 새로운 버스정류장에서 또 한 번 버스를 기다리며 차편을 묻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버스정류장에서 또 다른 기다림을 시작하는 연극 속 배우처럼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며 새로운 기다림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차 막 갔소?”

 

캠퍼스에 예술이 가득했던 5일 동안의 예술주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예술주간은 마음의 여유를 잃고 지내던 구성원들에게 예술을 통해 잠깐의 여유를 선사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다. 예술주간을 통해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선보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비록 예술주간은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서울대를 밝혀줄 것이다.

사진: 원가영 기자 irreber@snu.ac.kr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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