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문을 거꾸로 읽는 습관이 있다. 지면을 발행한 언론사의 편집 방향과 중요도에 따라 톱 면부터 끝 면까지 심사숙고해서 레이아웃을 배치하고, 독자들이 먼저 읽어주길 원하는 순서로 콘텐츠를 구성했을 편집장의 생각에 역행하면서. 이렇게 나와 편집장의 대결로 내 ‘거꾸로’ 신문읽기는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번 『대학신문』 1992호만큼은 중요도로만 놓고 보면 어느 면이 톱 면이고 어느 면이 끝 면인지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편집장은 괘씸한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대학신문』 16면부터 펼쳐 든 내게 ‘안녕! 잘 부탁해’라며 새로운 마스코트 ‘찍기자&짹기자’를 앞세워 첫인사하고 있었다. 

찍기자와 짹기자의 생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오늘 9월 23일, 추분(秋分)인 것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항상 밝을 수만도, 어두울 수만도 없는 이 세상만사에서 공평하게 서로의 시간을 나눠 가진 환상의 콤비가 탄생했다니. 

그 균형감만큼이나 이번 호는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기대케 하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 ‘정치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 ‘고등교육법 시행과 그 부작용에 대한 쓴소리’ 등 학교 내부뿐만 아니라 ‘윤창호법 시행과 관련한 신문고 청원’ ‘일본과의 무역 갈등’ ‘그린뉴딜이라는 신 성장 동력’ ‘남산예술센터와 관련한 쟁점’ 등 외부로 향하는 시선이 도달한 지점의 스펙트럼 역시 다채로웠다. 무엇보다 기획 기사 「흔들리는 세계 패권 속, 중국 산업의 중심 잡기」는 압권이었다.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 중심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정갈하고 전달력 있는 문체는 감탄이 나올만한 깊이가 있었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성장 정체에 대한 회자는 이미 많이 다뤄졌지만, 이렇게 좋은 기사는 피상에서 그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어 ‘왜?’라는 궁금증을 해소한다. 

『대학신문』의 가장 좋은 점은 학내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맥박’ ‘관악시평’ ‘아크로의 시선’ ‘자하연’ ‘칼럼버스’ ‘미네르바의 부엉이’ ‘나 대신 너’ 등 앞으로도 다양한 구성원들의 시선과 생각을 그들의 목소리로 공유하는 창이 계속됐으면 한다.

찍기자와 짹기자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앞으로도 『대학신문』이 그 마스코트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교 안팎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그 소리를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본령에 충실한 언론이 됐으면 한다.

신동원 선임주무관

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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