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관악창업공간’을 들여다보다

관악구청이 서울대 연구공원부터 낙성대로와 남부 순환로 일대를 창업 육성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낙성벤처밸리 사업을 구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이에 2020년에 낙성벤처밸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에 앞서 예비 창업가, 초기 창업가를 지원하는 임시 창업지원 시설 ‘관악창업공간’이 낙성대역 인근에 마련됐다. 현재 이곳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학신문』이 관악창업공간을 방문했다.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관악창업공간은 신생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 공간을 대여해주며 각종 창업 프로그램과 경영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들에게 최신 정보와 창업 지원 사업 등을 제공해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관악구의 목표다. 관악창업공간에는 4월부터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11개 기업이 입주해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관악창업공간에 가장 만족하는 요소로 비용과 지리적 위치를 꼽았다. 두 차례의 심사를 통해 입주한 기업들은 아홉 달 동안 13만 9천 원의 임대료로 관악창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오션스 바이오 주식회사 이현웅 대표는 “서울 한복판에 이 정도 임대료로 입주하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자금이 충분치 않은 초기 단계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관악창업공간이 서울대 근처에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입주를 희망하는 주요 요인이다. 마엘 정혜정 대표는 “지리적으로 서울대와 가까워서 서울대 구성원들과 협업하기를 기대하고 입주했다”라고 설명했다.

관악창업공간은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매달 한 번씩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들 간의 교류를 독려하는 입주기업 미팅과 네트워킹 파티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은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창업 기업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관악창업공간은 파티션으로 구분된 개방형 공간의 형태기에 기업들은 공식 행사인 네트워크 파티 외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할 기회를 갖는다. 랭디 우상욱 대표는 “덕분에 여러 혜택이나 정부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라며 기업들 간의 교류가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현웅 대표는 “같은 공간을 사용하다 보니 기업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오션스 바이오 주식회사도 관악창업공간에 입주한 다른 기업과 중요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악창업공간 내 행사와 교육이 진행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의 모습이다.
관악창업공간 내 행사와 교육이 진행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의 모습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서…

본격적인 시설이 건축되기 전 1월까지 임시로 임대한 공간인 탓에 관악창업공간에는 아직 개선돼야 할 점들도 존재한다. 건물 내에 마감이 덜 된 공간들도 있으며, 입주 공간을 파티션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소음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은 것에 비해 시설 크기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위티 이훈구 대표는 “서울대 내 150개 정도의 창업 팀이 공간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라며 더 많은 벤처 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악창업공간 장형선 매니저는 “임대 계약이 곧 끝나기 때문에 쉽게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라며 새로운 창업 공간이 준공되면 현재 지적되는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 답했다.

입주를 두고 경쟁이 치열했음에도 입주 기업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점이다. 얼마나 주기적으로 출근해야 하는지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일부 입주 기업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이현웅 대표는 입주 기업들이 주어진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경쟁을 거쳐 들어온 공간인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관악창업공간이 입주 기업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정혜정 대표는 지원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기본적으로는 유익하지만 “다소 일방적으로 제공된다는 인상이 든다”라고 밝혔다. 그는 관악창업공간이 소통 과정에 더욱 힘을 써서 입주 기업의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악구청과 입주 기업 간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구청 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 대표는 “관악구청이 공간 제공 외에도 입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원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라며 그 예로 자금 지원을 제시했다. 이현웅 대표 역시 “관악구청에서 제공하는 ‘scale-up 사업’ 같은 자금 지원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태”라고 지적하며 벤처 기업에 대한 관악구청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악구청 일자리벤처과 벤처밸리조성팀 김희정 주무관은 “scale-up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며 투자기관을 연계해주는 협약이나 MOU 등을 추진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낙성벤처밸리를 향해서

현재 공사 중인 ‘앵커시설’은 낙성벤처밸리에서 관악창업공간을 잇는 창업 지원 공간이 될 예정이다. 앵커시설은 관악창업공간보다 많은 수의 기업을 수용하면서도 각 기업에 분리된 사무실과 전체 기업이 사용하는 개방된 공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에 관악창업공간 입주기업 대부분은 임대 계약이 1월에 끝난 이후 앵커시설로 옮겨가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앵커시설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입주기업들이 별도의 평가를 거쳐 다시 자격을 획득해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시설 입주에 어느 정도의 우선권이 부여될 계획이다. 김 주무관은 “앵커시설의 준공 날짜를 특정하기는 아직 어렵다”라면서도 관악창업공간 입주 기업들이 최대한 공백 기간 없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약속했다.

낙성벤처밸리의 정확한 조성 계획은 현재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김 주무관은 조성 초기 단계인 만큼 자세한 계획을 밝히기 어렵다며 “협약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관악구청은 벤처밸리 조성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추진 중이라 자신하며, 앵커시설은 낙성벤처밸리에서 안정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밝혔다.

앵커시설은 자신의 역할을 공간 제공에 한정하기보다는 관악창업공간의 연속선상에 서서 창업 지원 정책을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입주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관악구청, 서울대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관악창업공간과 앵커시설에 현재진행형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다.

사진: 윤희주 기자 yjfrog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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