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관악 역세권 청년주택, 예상되는 문제를 내다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관악구 첫 ‘역세권 청년주택’(청년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어 신림역에도 청년주택 공급이 계획됐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만 19~39세의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거 수요가 높은 역세권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청년주택 사업은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세제 혜택 등의 유인을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토지나 건물을 보유한 민간 사업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난 17일(화) 처음으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청년주택이 청년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취지에 적합한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청년주택의 주요 비판점을 짚고 관악구에는 청년주택이 어떻게 들어설지 확인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유형별 공급 비율 및 임대료 공공임대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관으로 이뤄지고,  민간임대는 민간 사업자 주관 아래 공공이 임대료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료 출처: 서울시청)
‘역세권 청년주택’ 유형별 공급 비율 및 임대료 공공임대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관으로 이뤄지고,  민간임대는 민간 사업자 주관 아래 공공이 임대료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료 출처: 서울시청)

◇저렴하다고?=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그리 저렴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첫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주변 시세의 85~95%로 제공되는 민간임대주택 임대료가 1인 가구 기준 보증금 3,640~9,423만 원, 월세 29~53만 원으로 책정된 것이다. 월세는 어느 정도 저렴하다는 평이지만, 문제는 보증금이다. 보증금의 최소액인 3,640만 원마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부담하기에 턱없이 높다. 송모 씨(미학과·18)는 “시중 원룸이나 오피스텔 구하는 것과 가격대에서 큰 차이가 없다”라고 반응했다. 주변 시세의 30%로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도 존재하지만, 공급비율이 전체의 1/4도 되지 않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가 어떻게 책정되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책정 방식에 따라 다른 주거지보다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서울시에서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제공했을 것”이라 추측하면서도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공급비율이 가장 높은 민간임대 일반공급(64%)은 여타 유형과 달리 입주자의 소득 및 자산 기준을 두지 않는다. 청년주택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이 아니라, 임대료를 감당할 형편이 되는 청년의 선택지 중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5평 속의 청년들=서울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의도하에 작은 면적의 주택을 다량으로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구의동과 충정로 청년주택의 1인 가구 면적은 16㎡~18㎡에 불과하다. 「최저주거기준」에서 규정한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인 14㎡을 간신히 넘는 5평 내외의 좁은 방이다. 시각에 따라 한 명이 살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살아보니 5평은 집이라고 느낄 수 없는 넓이”라는 오정석 씨(기계항공공학부·14)의 말대로 삶의 질을 보장할 수준은 아니다. 심 교수는 “정책의 혜택이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주택을 대형화하는 것에 대해 이견의 여지가 있다”라면서도 “다만 주거권 보장을 위해 주택 면적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발코니 확장을 통해 입주자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인근 주택보다 20~30%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입구, 신림역은=관악구의 청년주택도 앞서 제기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는 관악구에 들어설 청년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관악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52)는 “관악구 청년주택의 가격은 구의동이나 충정로보다 저렴할 것”이라면서도 “주변 원룸이나 고시원보다 눈에 띄게 싸게 제공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게다가 관악구 청년주택이 청년층에게 제공하는 주택 면적은 6평이 채 안 되는 15㎡~18㎡로, 여전히 좁게 책정돼 있다.

이 밖에도 관악구 청년주택 추진에는 여러 난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림역의 경우 청년주택 도입 심의가 가결된 지난해 6월, 지역 주민들이 청년주택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역 근처에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교통이 혼잡해지고 임대업자들의 건물에 공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동산업자 A씨는 “지금은 시위가 일단락됐지만, 관악구에는 임대업자가 많아 갈등이 불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서울대입구역 청년주택은 9월에 착공된다는 발표와 달리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아직 건축 허가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며 “9월 중에 착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첫 관악구 역세권 청년주택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라는 서울시 김성보 주택건축기획관의 발언과 달리 착공부터 계획과 어긋난 셈이다.

청년주택을 둘러싼 우려에도 불구하고, 첫 입주자 모집은 높은 관심 속에서 마감됐다. 광진구 구의동의 공공임대 유형은 청약경쟁률이 140: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청약경쟁률은 청년주택을 향한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인 동시에 청년들의 주거 환경이 심각함을 드러내는 서글픈 방증이다. 심교언 교수는 “서울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청년주택 외에도 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청년주택이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갇힌 청년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더욱 폭넓은 논의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용도지역 상향: 부지의 용도를 주거에서 준주거 혹은 상업용으로 상향하는 것. 규제 완화의 효과를 갖는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