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현 문화부장
신다현 문화부장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 있으면, 나아가 그 안에서도 사범대에 있으면 ‘교육’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굳이 교육 제도 안에 있지 않더라도 입시 경쟁을 전면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대학 입시 비리 사건이 터지면 불평등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커지는지만 떠올려 봐도 한국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 

나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보습 학원 한번 다닌 적 없었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원은커녕 인터넷 강의조차 듣지 않고 공립 고등학교인 우리 학교의 수업과 자습에만 의존했다. 교육 인프라의 부족만을 탓할 수는 없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입시 결과를 받아든 나는 결국 재수를 하게 됐다. 그리고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겠다는 생각에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제일 놀란 것은 강의의 질이나 분위기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학창 시절이었다. 학생부 종합 전형 대비를 위한 온갖 대회와 활동으로 가득 찬 그들의 생활기록부는 얇디얇은 내 생활기록부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내가 살던 지방에서는 인터넷 강의로만 접할 수 있었던 유명 강사의 현장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서고, 유명하다고 알려진 오프라인 자료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던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나와 같은 시기, 같은 나라에서 보낸 수험 생활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2016년부터 학생들의 자유로운 진로 탐색을 위해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지방을 배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가 자란 지역에는 학생들이 체험하고 탐색할 만한 직업이 상당히 한정적이다. 지역 특성상 대다수의 사람이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만난 친구들의 부모님도 대부분 우리 부모님과 같은 직장을 다니셨기에 자라면서 직접 봐 온 직업은 다섯 손가락에 꼽았다. 어쨌든 자유학기제는 시행됐고 지방 학교는 학생들을 ‘직업 체험 테마파크’에 데려가 고작 몇 시간을 보내게 한 후에 자유학기제에 맞는 ‘직업 체험’을 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학급 학생들의 부모님만 해도 직업이 다양하니 그분들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되지 않냐’라는, 당연히 직업과 직장 다양성이 보장돼 있을 도시에서 고안된 정책은 그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그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지방에는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나뉜다. 교육에 있어 기회의 평등만 달성하면 국가가 할 일을 다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하지만 기회는 동일하게 제공했으니 그 이후는 학생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기만적인 생각이다. 상황이 다른데 같은 기회만 준다고 어떻게 평등해질 수 있는가. 한 국가에서 모든 아이들이 모두 평등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결과의 평등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그 평등을 누리지 못한 내가 증명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돼야 할 것은 대입에서 더 비중 있어야 할 것이 정시냐 수시냐의 미시적인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이 논의를 불러일으킨 교육 제도와 인프라의 근본적인 구조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2년의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로 나가기 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돼야 할 교육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길 언제까지나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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