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해 5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카페 등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됐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스타벅스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기에 플라스틱 사용이 규제받는 것일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자는 바람이 분 지 약 1년이 흐른 지금, 『대학신문』이 플라스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1. 여정의 시작

관일산업의 직원이 골목에서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관일산업의 직원이 골목에서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수거차량에 있던 쓰레기가 보라매집하장에 쌓이고 있다.
수거차량에 있던 쓰레기가 보라매집하장에 쌓이고 있다.

오후 7시 집 앞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던 플라스틱 빨대가 폐기물 수거업체 직원의 리어카 위에 올랐다. 저녁이 되면 수거업체의 직원들이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 앞 생활폐기물 봉투를 수거해 모아둔다. 한 곳에 모아놓은 봉투를 트럭이 다시 수거한다. 트럭에 올라탄 빨대는 이제 수거차량 안으로 옮겨진다. 수거차량은 보라매집하장에 폐기물을 쏟아 붓는다. 쌓인 폐기물이 일정한 무게에 달하면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옮겨진다. 보라매집하장의 경우 폐기물을 인천수도권매립지나 강남소각장으로 이송해 처리한다. 빨대는 보라매집하장에서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이동하길 기다리며 첫 번째 여정을 마친다.

집 앞에서 수거되는 생활폐기물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폐기물로, 총 4가지의 과정을 거쳐 처리된다. 직원들이 집 앞에서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것이 1차, 수거한 봉투를 수거차량에 싣는 것이 2차, 집하장으로 이송하는 것이 3차,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가는 것이 4차과정이다. 대학동 쓰레기 수거업체 관일산업 최상헌 상무는 “집 앞에서 수거되는 생활폐기물은 따로 선별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전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라며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도 일반 쓰레기로 포함돼 집하장으로 이송되면 자원 재생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2. 그래서 재활용이 되나요?

고형화 원료.
고형화 원료.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어디로 향할까? 재활용 선별작업이 이뤄지는 은평구 재활용센터에는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있다. 포크레인이 폐기물 더미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면 본격적인 선별작업이 시작된다. 선별업체의 직원들이 손으로 직접 폐기물을 선별한다. 페트병은 페트병대로, 캔은 캔대로 선별해 자루에 담아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압축된 상태로 따로 보관돼 다른 업체들에게 팔린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은 주로 분쇄 과정을 거쳐 세척을 한 후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진다. 이를 이용해 다시 모양을 만들면 플라스틱 용기류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이로부터 원사를 뽑아내 의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가연성 폐기물만을 모아 고형화 연료도 만들 수 있다. 고형화 연료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60~70% 정도 함유하고 있다. 은평구재활용센터의 엄덕진 운영소장은 “고형화 연료는 발열량이 7000cal/g나 되는 고열량 연료”라고 설명했다. 고형화 연료는 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타고 남은 재까지도 시멘트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고 고형화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가 점차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로 전환되면서 고형화 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자연히 고형화 연료의 사용은 줄어들었다.

 

3. 그 빨대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인천수도권매립지의 제2매립장.
인천수도권매립지의 제2매립장.
도로 너머로 제3매립장이 펼쳐져 있다.
도로 너머로 제3매립장이 펼쳐져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포크레인이 쓰레기를 소각장으로 옮기고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포크레인이 쓰레기를 소각장으로 옮기고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의 통제실.
마포자원회수시설의 통제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은 매립지와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인천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의 64개 시군구에서 들어오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일일 평균 1만 5천 톤의 폐기물이 인천수도권매립지의 제3매립장에 매립되고 있다. 인천수도권매립지 변영민 해설사는 “폐기물을 매립지에 내려놓은 후 폐기물 위에 소독제를 살포하고 흙을 20cm씩 덮는다”라고 매립과정을 설명했다. 흙을 바로 덮기 때문에 폐기물의 분해를 촉진할 수 있다. 매립지로 이송되지 않은 폐기물은 소각장으로 가게 된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서울의 다섯 개 구의 폐기물을 소각해서 처리하고 있다. 마포자원회수시설 환경안전과 최하림 담당자는 “소각장에서 하루 650톤 가량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이로부터 약 5천 톤의 증기를 얻어 전기를 생산한다”라고 설명했다. 폐기물을 소각하면 최종적으로 재와 철금속이 나온다. 재는 바닥재와 비산재로 분류되는데 바닥재의 90%는 재활용, 10%는 판매되고 비산재는 전부 매립되고 있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진 플라스틱 빨대는 집하장에서 잠시 머무른 후 매립지에 묻히거나 소각장에서 태워진다. 이렇게 플라스틱 빨대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4. 플라스틱이 미움받는 이유

2016년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을 제치고 1위였다. 2017년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768만 톤에 이르렀다. 이중 약 59%가 재활용되고 있지만 그중 중 69%는 에너지 회수의 형태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은평환경주식회사 서근식 부장은 “은평구 재활용센터에서의 재활용률은 40%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소재별로 분류해야 하는데 페트병은 몸체, 병뚜껑, 광고라벨 등 세 가지의 재료가 포함돼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또한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을 용기로 사용하고 있으나 플라스틱은 색상이 많을수록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일회용 컵 역시 순수 PET와 PVC가 혼합돼 있기 때문에 분류가 어려워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EPR제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 업체가 일회용 컵의 처리 비용을 전부 부담하게 된다. 게다가 폐기물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지하면서 플라스틱의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돈을 들여 재활용하기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덕진 운영소장은 “원가 절감에 급급해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재활용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최대 500년 정도 분해되지 않으며 환경을 오염시킨다.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다양한 첨가물 역시 대부분 유해화학물질이다. 이찬희 교수(그린에코공학연구소)는 “소각장을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하더라도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이라며 “축적된 오염물질은 결국 환경에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소각할 시에는 다이옥신 등의 다양한 유해물질이 대기 중에 배출되고 매립할 경우 유해물질이 포함된 침출수가 방출돼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매립지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이찬희 교수는 “매립지의 수요가 많아질 테지만 매립지를 구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플라스틱 소각과 매립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해양쓰레기다. 폐기물 해양투기가 2016년에 전면 금지됐으나 불법투기나 어업 활동 중 버려지는 폐기물, 하천을 통해 유입되거나 해안에 방치되는 폐기물로 인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조사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약 8만 4천 톤이며 이중 약 80%는 플라스틱이다.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홍근형 서기관은 “최근 2년간 우리나라 해안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이 38마리 중 20마리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라며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사망하는 일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1㎛에서 5mm 사이의 플라스틱을 일컫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 역시 지적된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이 파도에 휩쓸려 파편화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해양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이를 섭취한 인간의 몸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홍근형 서기관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의식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이나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찬희 교수 역시 “가장 먼저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라며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청년 비영리민간단체 통감은 지난 7월 20일 플라스틱 빨대 퇴출 프로젝트 ‘빨대혁명’의 일환으로 친환경 빨대를 사용해 모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일(11)카페’를 운영했다. 일일카페에 참여한 황태영 씨(22)는 “(대나무) 빨대가 편하고 환경에도 좋으니 플라스틱 빨대보다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현실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려울지라도, 의식적으로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감의 대표 진지홍 씨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함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EPR제도): 생산자가 폐기물에 대한 처리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하는 제도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레이아웃: 황지연 기자 ellie051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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