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제도의 변화 국가의 의도가 깊숙이 개입해

한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은 원칙적으로 부계혈통주의이고, 과거 호적제도 및 가족제도는 상당 부분 유사하다. 특히 폐지된 일본의 호주제는 한국의 호주제와 그 내용이 매우 비슷하다.

◆ 중국ㆍ일본의 호적제도 폐지 과정
일본에서 189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제정된 호주제는 호주권을 가진 호주에 의해 통솔되는 집단으로 가족을 명시했다. 일본은 경제적 공동체로서 구성원의 범위가 넓었던 전통 가족을 호주와 배우자 그리고 직계가족으로 축소했다.  호주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호주를 가족의 대표자로 삼았다. 이후 일본은 국가주의 체제 아래에서 호주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개편된 가족을 통해 효과적으로 국민을 통제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주의가 힘을 잃자 호주제는 폐지됐다.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종래 가족의 기능과 가(家) 의미를 대폭 축소ㆍ부정한 후 국민들을 도시민과 농민이라는 두 개의 신분제적 호구로 나누는 새로운 호구법을 제정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이념으로 표방했던 양성평등을 실현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족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개인을 가족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대신 국가의 통제를 받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한 무덤, 족보, 제사를 부정하고 가부장의 재산상속의 권리를 없앰으로써 가족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가족제도와 사회질서의 변화
중국과 일본에서 호적제도 변화로 인해 가족이 와해되거나 사회질서 체제가 혼란에 빠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광억 교수(인류학과)는 “문화는 제도가 변화했다고 해서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 변화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호적제도가 폐지된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 미혼 여성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등 법적으로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가 본래 부계혈통주의이기 때문에 남아선호 관습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실제 개혁ㆍ개방 이후 국가의 통제가 약해지고 국가가 더이상 복지를 해결하지 못하자 중국에서 다시 전통가족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족보와 같은 전통적 가족 의식이 부활하기도 했다. 여자를 부활된 족보에 넣을지 말지를 둘러싸고 남녀평등과 전통적 사상이 사회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중국에서 개인이라는 존재가 가족을 통한 집단의 존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강조됨에 따라 몇몇 부작용이 발생했다. 누가 노부모를 모실 것인가 또는 어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노후에 의탁할 것인가 하는 양로의 문제, 아들이 친부모와 처부모 사이에서 누구를 모시고 살며 누구의 가족전통을 이어 받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국가가 복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반면 예전처럼 다시 가족이 복지를 담당할 수 없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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