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범죄사건의 가해자를 찾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현대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진 것도 DNA 정보를 통해서 가능했다. 그러나 과거 지문 채취가 문제가 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DNA 정보를 모으는 것 역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특정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DNA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허용하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를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DNA를 채취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채취 대상자가 의견을 진술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항변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DNA를 채취하고 등록할 때 대상자가 신체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 받을 수 있음에도 그에 대한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DNA 관련 법규 아래 사회 운동가나 노동조합, 철거민 집단 등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듦으로써 정권에 따라 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단순한 수사 편의를 위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폐기하고 수사 대상자의 적절한 항변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DNA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은 인권 개선을 위한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DNA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DNA법에 대한 개정안이 올해 12월 31일까지 마련되지 않는다면, 범죄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조항이 완전히 효력을 상실함으로써 DNA 채취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개정 법규가 나올 때까지 범죄 수사에서의 DNA 채취가 불가능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더 많은 미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권미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두 개정안이 지난 3월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법안이 계속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잦은 마비를 겪어 온 만큼 DNA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DNA법이 그간 검찰과 정권에 의해 오·남용되며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드러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드러났듯 범죄 수사에서 DNA가 매우 중요한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바탕으로 보완된 DNA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강력히 요청된다. 국회의 정쟁으로 인해 사회적 안정이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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