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화) ‘서울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자-학생-시민사회 공동행동’이 열렸다. 19일에는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생활협동조합(생협) 소속 식당과 카페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24일에는 행정관 앞에서 청소·경비와 기계·전기 노동자들이 인간적 대우를 보장하라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달 제2공학관(302동)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청소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으로부터 촉발됐다. 8천 평이 넘는 건물 안에서 고인이 쉴 수 있던 공간은 창고를 개조해 마땅한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1평 남짓한 간이 휴게실뿐이었다. 동료 노동자들은 그동안 행정실에 시설 개선을 요청해왔지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자비를 털어 소형 환풍기를 설치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생협 노동자들의 처지도 청소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원생활관(113동) 식당 노동자 8명에게 허락된 휴게공간은 단 0.75평이었다. 제대로 된 냉방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수백인분에 달하는 음식을 조리해야만 했던 식당 노동자들은 30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과거부터 생협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했으나,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며 대학은 이를 방관해 왔다. 기계·전기 노동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근무를 해 왔다. 이들이 서울대의 교육·연구환경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다른 학내 구성원들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에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관악캠퍼스라는 공간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대 공동체의 일원이다. 서울대 노동자들이 알려진 바와 같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서울대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이들은 서울대 캠퍼스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일부 단과대에서는 공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건물 신축, 증축 공사가 쉰 적이 없는 관악캠퍼스에 최소한의 공간도 만들 수 없었다는 것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한 생협의 적자 상태와 같은 재정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노동자에게 행사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재정은 항상 부족하고 지원이 필요한 곳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서울대 구성원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선행했어야 한다. 결국 부족했던 것은 공간이나 재정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서울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학내에서 본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지속됨으로써 대학 본연의 임무에 차질을 빚고 사회적 신뢰가 추락하지 않도록 대학당국과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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