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서강문 학장(수의학과)
수의대 서강문 학장(수의학과)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은 교수 중심 교육에서 학생 중심의 역량 강화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국제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수의대가 미국 수의사회 인증을 받으려고 노력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두에서 학생 역량 강화와 국제화를 성취하기 위함에 있다. 대학마다 세계 진출을 위해 발전 계획을 세우고, 이런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 대학은 영국에서 평가하는 QS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교육 수준의 기준으로 삼고 순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는 실질적인 학생을 위한 평가지수보다는 학계 및 졸업생 평판, 학생 교수 비율, 논문 피인용, 외국인 교수 및 학생 비율 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달리, 이번에 수의대가 성취한 AVMA(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인증은 우리의 교육이 국제 수의학 교육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직접 혜택이 주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19년 2월부터 향후 7년간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학생은 미국 내 수의대를 졸업한 학생들과 동등한 자격이 주어지며 미국수의사국가시험인 NAVLE(The North American Veterinary Licensing Examination)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하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수의사 자격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미국 수의대 학생들은 연평균 6만 불의 등록금을 지출해야 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연 1만 불의 등록금으로 동등한 자격을 얻게 됐다. 

이전에는 미국 수의사회 인증을 받기 전에는 미국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 학생들은 외국 학생을 위한 ECFVG(The Educational Commission for Foreign Veterinary Graduates)나 PAVE(The Program for the Assessment of Veterinary Education Equivalence) 과정을 거쳐 NAVLE 응시 자격을 획득해야 했다. 이 과정을 위해선 약 3년과 약 1억 원의 자금이 필요했는데, 이제 이 모든 것이 면제된 것이다. 절약된 3년의 시간은 경제활동을 3년 먼저 시작할 수 있게 하니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수의사자격증을 갖게 되면 이를 인증해주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권 국가에서도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생긴다. 따라서,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학생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본인이 원하는 나라에서 수의사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재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만을 목적으로 인증을 받으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다. AVMA 인증을 통한 수의임상교육 강화, 교육 선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학생 중심 역량 강화가 실질적인 목적이었다. AVMA 인증 획득을 위한 첫 계획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의대의 발전을 위한 목표 설정으로 학사협의회에서 처음으로 AVMA 인증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이래, 2011년부터 자체보고서(Self-Study Report)를 만들어 매년 AVMA 교육위원회에 제출했고, 2014년 AVMA 교육위원회의 현장자문실사(Consultative site visit)를 거쳤다. 그리고 실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반려동물병원 증축, 연구동 2개소 신축, 진료 시설을 현대화, 교과과정 개정, 수의학 도서관 건립하는 등 교육 기반을 확충했다. 평창캠퍼스에도 산업동물임상교육 연수원과 대동물병원을 구축해 학생 실습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에 큰 변화를 줬다. 그 결과, 2018년 12월 AVMA 본 실사를 받게 됐고, 2019년 4월 15일 최초로 아시아에서 완전인증(full accreditation)이란 쾌거를 이룩하게 됐다. 인증을 받기 위해 13여 년간 역대 학장님들의 리더십, 본부의 적극적 지원, 동문과 학생의 적극적 참여, 교직원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 생각된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팀워크의 승리였다.

서울대 수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AVMA 인증으로 서울대 수의학 교육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고, 새 출발선에서 이제 세계의 수의학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아울러 수의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국내 인증을 물론 국제 인증을 통해 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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