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수소경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

지난 1월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는 수소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수소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소경제가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신문』에서는 수소경제의 개념과 수소 생산 기술을 소개하며 수소경제의 핵심이 수소차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수소경제가 나아갈 내일을 그려보고자 한다.

 

수소경제, 그는 누구인가

우리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탄소경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사용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점차 고갈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해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하는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탄소경제에 맞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경제 구조인 수소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경제에서 수소는 탄소와 달리 직접 태워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이 아니다. 탄소경제에서는 탄소로 이뤄진 화석연료를 연소해 에너지를 얻지만 수소경제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수소가 자연 상태에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물(H2O) 등의 화합물로 존재한다. 순수한 수소(H2)를 얻기 위해서는 화합물에 에너지를 가해 수소를 분리해야 한다. 이를 저장해 뒀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때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반응시키면 다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그림①) 이는 수소에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수소경제에서는 수소가 ‘에너지 캐리어’로 여겨진다. 수소연료전지에서는 부산물이 물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소는 매우 청정한 에너지로 인식되고 있다.

물에 강한 전압을 걸어 수소와 산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수소연료전지에서 역으로 이용할 경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물에 강한 전압을 걸어 수소와 산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수소연료전지에서 역으로 이용할 경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에너지를 수소에 저장했다가 다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김민수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돈을 계속 환전하면 수수료를 내야 해서 돈의 액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처럼 에너지도 전환할 때마다 큰 손실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수소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이유는 수소를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용한다면 수소의 효율이 더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KIST 청정신기술연구소 한종희 소장은 “재생에너지는 기상환경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량의 차이가 커 공급이 불안정하다”라며 “이 때문에 일정한 전압을 필요로 하는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에너지 매개체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유럽에서 활용되고 있는 P2G(Power To Gas) 기술이다.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발전된 전기(Power)로 물을 분해해 수전해수소(Gas)를 추출하는 것이 P2G 기술의 핵심이다. 특히 북유럽 등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발전하는 국가에서는 전력 생산 지역과 전력 사용 지역이 매우 멀다. 이 때문에 전기를 리튬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보다 가벼운 수소를 매개로 해 운송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수소를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수소경제의 형태일 뿐 우리나라에서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국내의 재생에너지 생산 비율이 높지 않고 잉여전기가 없어 수전해수소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추출수소와 부생수소가 제시되고 있다. 추출수소는 천연가스에 수증기와 열을 가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현재 가장 경제적이다. 수소가 화석연료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정에너지라는 인식과는 달리 추출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석유나 석탄보다는 탄소밀도가 낮기 때문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국내의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도 하나의 대안이다. 김민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약 164만 톤의 부생수소가 생산되고 있다”라며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는 이미 탈황 공정, 반도체 산업 등에 이용되고 있어 수소경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소는 약 5만 톤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생수소를 수소경제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부생수소의 단가가 어떻게 책정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철 공장은 반도체 산업체 등에 부생수소를 팔고 있다. 한종희 소장은 “흔히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며 “부생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지는 가격책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 간에는 수소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수소를 소비자용으로 유통해본 적이 없는 지금 수소의 가격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어 부생수소의 활용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수소차, 과연 수소경제의 핵심인가

국내에서는 정부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삼아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유럽의 차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재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차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강하게 제재하기 시작하며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 수치를 맞출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수소차와 전기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소차가 수소경제에서 어떤 입지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수소경제가 경제성을 키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수소 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수소차 시대가 온다』를 집필한 권순우 작가는 “특정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산업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소차 기술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수준이다. 최초로 완제품 형태의 수소차를 출시한 것도 국내 기업이다. 권순우 작가는 “전기차 시장에는 이미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라며 “수소차 분야에서도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 선두를 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수소차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많은 부품을 필요로 하므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차를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이자 수소경제를 이끌고 갈 산업으로 보는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경쟁력이 없어 수소경제를 이끌어 나가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 류연화 애널리스트는 “물리적으로 수소탱크에 담을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지만, 리튬배터리는 기술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며 주행거리 측면에서 전기차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소차는 수소탱크의 크기가 커 차체가 작아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백kg에 육박하는 리튬배터리를 실어야 하지만 수소차는 하나에 3kg 정도인 수소탱크만 실으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 간에 우위가 존재하기보다는 각자의 장·단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충전 측면에서 수소차와 전기차 중 어떤 차가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론적으로는 수소차의 충전속도가 더 빠르다. 수소차는 탱크에 수소를 주입하면 되지만 리튬배터리는 화학반응으로 전기가 충전되기 때문이다. 박원철 교수(융합과학부)는 “리튬배터리의 충전은 물질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의 모든 물질이 물리·화학적으로 반응을 하는 과정”이라며 “급속 충전에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만 수소차는 몇 분 내외로 완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소차와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소충전소에서 차 한 대를 충전한 후 다음 차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수소탱크의 압력과 온도를 조절해야 해 대기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는 한 시간에 세 대 정도밖에 충전할 수 없다. 

이처럼 수소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수소연료전지를 차량이 아닌 발전소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소연료전지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반응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방출해 반응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수소연료전지를 발전소에서 사용한다면 이 열을 활용해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차에서는 이 열을 외부로 방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부품들이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지적이다. 연료전지 발전과정에서 소음이나 공해가 발생하지 않아 발전소가 아니더라도 가정용, 휴대용 발전기로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이런 이유로 수소차가 아닌 ‘연료전지’를 중점으로 수소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소산업을 키울 때 경쟁력이 있는 하나의 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순우 작가는 “수소경제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 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수소차,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하며 공급처과 수요처의 다변화를 촉구했다.

 

수소경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정부는 국내에서 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수소경제의 이점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그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입을 통해 필요한 수소를 충당할 수 있는데, 이때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전해수소, 해외생산·수입 등 그린 수소 확대와 연계해 수소 생산량을 지난해 13만 톤에서 2040년 526만 톤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정부는 호주와 수소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한종희 소장은 “화석연료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돼 수입할 경우 에너지 안보 측면의 문제가 있었지만, 수소는 어디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기 때문에 단순히 수입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수소를 수입하더라도 수소경제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경제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제도적인 차원의 정비도 필요하다. 지난 5월 강릉의 수소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수소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부경진 교수(기술경영ㆍ경제ㆍ정책 협동과정)는 “해당 사고는 수소탱크를 소홀히 관리했기 때문이다”라며 “안전과 규격에 대해 정부가 기준을 세워 관리한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소 산업 법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소는 가스 특성상 폭발 자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가 가장 가벼운 원소며 기체기 때문에, 누출 시 매우 빠르게 확산돼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 또한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소충전소를 10년 이상 운영 중이지만 그동안 발생한 안전사고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권순우 작가는 “일반적으로 수소를 이용한다고 하면 수소폭탄을 연상하는 잘못된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라며 “수소의 인식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수소경제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 수소경제를 표준화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기술 제품 간 호환성을 확보하고 제품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소차를 포함한 충전소 등 활용 분야의 국제표준 제안 실적이 없으며 업계에서 KS 인증 수요를 제안할 수 있는 전담기구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이동성, 에너지, 수소 공급·계량 분야에서의 수소산업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표준화는 수소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수소의 생산, 활용 과정에서 안정성과 신뢰를 얻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수소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수소경제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며 당시 세워졌던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수소경제는 단순히 1~2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순우 저자는 “수소경제는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 시스템을 모두 바꾸는 것”이라며 “이는 오래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들지만 국내 에너지 시스템이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변해가는 한 과정”이라 주장했다. 수소경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수소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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