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에 왼쪽 아랫입술에 큼지막한 구내염이 생겼다. 2학기 들어 벌써 세 번째, 올 한 해 전체를 놓고 보면 몇 번째로 생긴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게 구내염은 마치 만성 지병이나 다름없다. 부정교합으로 자리를 잘못 잡은 송곳니가 계속해서 입술 안쪽을 긁어대고, 여기에 온갖 피로와 스트레스가 구내염이 생길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최근 몇 달 동안은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동안 겪은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자주 구내염에 시달렸다. 

일단 입 안 어딘가에 구내염이 생기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시달려 본 사람들은 익히 알겠지만, 이 자그마한 상처가 주는 고통이 생각보다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 번 생긴 구내염이 낫는 동안은 항상 이와 혀를 허연 궤양에 가져다 대지 않도록 의식해야 한다. 입술 바로 안쪽에 생길 경우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상처가 앞니에 닿아 통증을 주므로 나을 때까지는 말을 아끼거나 음식을 신중히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치가 가장 힘들다. 추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양치질을 잘 해야 하지만, 칫솔과 치약이 환부에 닿을 때마다 작열하는 고통은 여간 참기 힘든 일이 아니다.

이처럼 구내염이 한 번 도지면 그 자그마한 상처에 온 정신이 쏠린다. 그러다보니 구내염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했을 일들에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상처에 신경 쓰느라 양치질을 제대로 못해 구취나 충치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환부 주변 부위를 면도하거나 선크림을 씻어내는 일도 대충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들이지만, 내 일상에서 어느 한 구석을 차지하는 일들이 다른 문제로 인해 소홀히 다뤄지고 가려지는 상황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마치 나처럼 구내염에 시달리는 것 같다. 정말 치열하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몇 가지 일들이 다른 여러 사건들에 주목하지 않게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 한 달 동안 대부분의 뉴스나 신문 기사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계속해서 비중 있게 다뤘다. 해당 문제 이외에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뉴스라고 해봤자 한일 갈등이나 최근 빈발한 태풍 관련 뉴스 이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소위 ‘버닝썬 사건’의 귀추는 어떻게 됐을까?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심각성은?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미국 정계에 가져온 파장은? 이에 관한 기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가 몇몇 논란에만 집중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얻지 못하고 해당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분명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나날이 커져가는 한일 갈등 또한 한국의 외교 전략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어 계속해서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뉴스 기사는 마치 구내염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아프고 자극적인 부분에만 집중해서 다른 일들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구내염이 주는 통증을 완화시키고 빠르게 낫도록 하는 일은 환자에게 무척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구내염에만 함몰되지 말고 통증이 가리는 다른 여러 일들을 꼼꼼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박훈창 간사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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