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 원가영 기자
사진부 원가영 기자

『대학신문』에 사진기자로 입사한 지 8개월 만에 혼자 신문의 한 면을 담당하게 됐다. 기사를 작성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을 때는 막막했고 당장이라도 못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었다. ‘학내 청각 장애인’을 조명하는 기사라 잘 표현하면 좋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사진기자로서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를 특집 기사로 다룬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아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인터뷰할수록 기사에 담고 싶은 내용은 점점 늘어났지만 이를 사진으로 표현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물론 ‘왜 사진기자가 글도 써야 하나’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장애인에 관한 수많은 기사 가운데 청각 장애인을 다룬 기사가 적은 이유 두 가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첫째,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둘째, 그들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저만 참으면 괜찮아요” “지금 이 정도면 괜찮아요”라는 말들은 본인들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진 그들의 삶을 짐작케 했다. 지금의 상황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돌을 던져 의미 없는 파동만 만드는 것이 아닌가 계속 고민했다. 이런 말들은 청각 장애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기사를 쓰려는 나에게는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나도 가만히 있어야 하나’라는 마음의 커다란 물결이 돼 다가왔다. 나같이 부족한 기자가 이런 무거운 소재를 완벽하지 못한 첫 번째 기사로 다뤄도 되는지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각 장애인 지원 시설 여부를 문의했을 때 수많은 곳에서 들은 “요청받은 적 없어요” “요청하면 준비해줄 수 있죠”라는 답변은 무책임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참는 것에 익숙해진 그들을 우리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인터뷰가 끝난 뒤 “이런 소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그 표현 못 할 감정으로 이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를 마무리하기까지 계속된 글과 싸움이 끝나고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같이 일하고 있는 『대학신문』 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대학신문』에 소속된 기자들은 학생으로서 공부도 하고 기사도 작성한다. 그동안 사진기자로 동행 취재만 가던 나는 잘 모르던 일상이었다. 회의할 때나 완성된 신문을 읽을 때마다 감탄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더욱 더 힘든 과정이었다. 평상시 나와 함께 웃고 떠들기만 하던 기자들은 사실은 엄청난 능력자들이었다.

나는 이런 『대학신문』이라는 연못에 빠진 작은 돌이다. 연못에 아주 미미한 파동만 준 작은 크기의 돌은 변한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노력했고 현재도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연못을 이루고 있던 구성원들은 그 돌을 포용해주고 적응하도록 도와줬다. 항상 ‘힘들면 포기한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지만 힘들어도 이곳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신들이 너무 소중하고 늘 고맙기 때문이라고 75동 2층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연못에 빠진 돌을 연못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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