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 동의 못해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세정 총장이 교내 장학금 중 성적 우수 장학금(교내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파문이 일었다. 인터뷰에서 오세정 총장은 "교내 장학금 중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형편상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가계 곤란 장학금을 확대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 서울대가 이미 교내 성적 장학금을 폐지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본부는 아직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박원호 협력부처장(정치외교학부)이 본부의 의견을 표명했다. 박 협력부처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전체 장학금의 약 30%인 교내 장학금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가계 곤란 장학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성적 장학금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관련 사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라며 “다음 학기부터 바로 시행될 일은 없을 것이며, 시행되더라도 바뀌는 것은 전체 장학금 중 약 13%므로 학생이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학부생 대상 장학금 총 513억 원 중 교내 장학금은 약 167억 원이며, 그중 약 67억 원이 성적 장학금에 해당한다. 박원호 협력부처장은 “해당 금액을 모두 가계 곤란 장학금으로 전환하더라도 교외 장학금 346억 원이 대부분 성적 장학금에 해당하므로 학생들이 체감할 변화 수준은 낮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논의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장학금 부정 수혜 논란에 대한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이에 박원호 협력부처장은 “조국 장관 논란 이전인 7월부터 이미 논의하고 있었다”라면서 “소득 분위가 낮은 학생에게 학업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총장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며, 총장 후보 당시의 공약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학금 체계 개편에 있어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본부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열린 학사위원회에서는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의 대안으로 본부 차원에서 딘스리스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자연대 이준호 학장(생명과학부)은 “자연대에서는 이미 학과 차원에서 성적 우수자를 공표하고 표창하는 딘스리스트를 시행하고 있다”라면서 “이를 본부 차원에서 시행한다면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로 표출될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언론의 보도 이후 학생들은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특히 이 같은 논의가 장학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본부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와 관련된 논의는 지난 7월 중순 장학실무위원회와 지난 9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진행됐지만, 학생들은 관련 정보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이 문제를 공론화한 김영민 씨(전기정보공학부·17)는 “학내에 공식적인 설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외부 언론을 통해 이 사안을 접한 것에 대해 분노한다”라면서 “교내 성적 장학금 폐지에 동의할 수 없고,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학복지과 관계자는 “이들 위원회는 학내 심의 기구가 아닌 논의 기구”라며 “위원회를 거쳤다고 해서 성적 장학금 폐지안이 결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장학금 체계 개편 논의에 있어 학생 참여가 배제되면서 총학생회조차 이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도정근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은 “지난 5월 열린 2019학년도 1학기 장학복지위원회에 참여했지만, 그 자리에서 성적 장학금 폐지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라면서 “외부 언론에 보도되기 며칠 전에야 해당 사안이 본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본부에 학생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라며 “총운영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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