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징계규정, 신뢰 회복 위한 서울대의 신호탄 될까?
교원징계규정, 신뢰 회복 위한 서울대의 신호탄 될까?
  • 박정훈 취재부 차장
  • 승인 2019.10.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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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립학교법보다 강화

9월 1일 자로 효력 발휘

교수, "자체 규정 마련 의미 있어"

학생, 징계위 중립성 문제 지적

지난 8월 22일 서울대학교 교원징계규정이 ‘서울대학교학교규정’ 제2191호로 제정됐다. 본 규정은 지난달 1일 자로 시행됐으며 9월 이후 징계 요구가 된 사안들부터 효력이 적용된다. 이번 교원징계규정은 기존 사립학교법과 비교해 ‘최대 정직 기한 12개월로 연장’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명시’ ‘학생 대상 가해자의 감경 제한’ 등 전반적으로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교원징계규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최근 ‘조국 교수 논란’ ‘생협 노동자 파업’ 등 다양한 학내·외 이슈로 학교가 들썩이며 학내 구성원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신설된 교원징계규정을 살펴보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지금까지 서울대는 교원징계에 있어 사립학교법을 준용해왔으나 작년 사회학과 H교수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교원징계 관련 세부 규정이 없어 학내 구성원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작년 교무처는 ‘서울대학교 교원징계규정 제정(안)’을 만들어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는 등 자체적인 규정 제정에 착수해 왔다. (『대학신문』 2018년 5월 28일 자) 평의원회는 꾸준히 교원징계규정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왔으나, 징계 수위 조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제정은 지연됐다. 평의원회 교육위원회 박재현 위원장(의학과)은 “교원징계규정이 지난 8월에 제정됐다고는 해도 이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라며 “서울대만의 자체적인 교원징계법을 규정으로 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화 이후 법상이나 정관 등에 당연히 있어야 할 교원징계규정이 이제야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신설된 교원징계규정은 서울대만의 규정으로, 서울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며 기존의 사립학교법과는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이번 규정에서 주요하게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이번 규정은 기존 사립학교법과는 달리 제1조(목적)에 나와 있듯 서울대 소속 전임교원뿐 아니라 부설학교 교원에게도 적용된다. 또한 제3조(징계의 종류)를 보면 정직과 감봉 기간이 3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나며 징계가 강화되고 더 세분화됐음을 알 수 있다. 징계위 구성도 달라졌다. 교원징계규정 제5조 1항에서 볼 수 있듯 기존 사립학교법과는 달리 징계위 구성에 있어 9명 이내의 위원 중 여성위원을 3분의 1 이상 포함하도록 해 징계위의 성비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제13조 3항에서 학생 대상 가해자의 감경을 제한한 점이나 제10조 5항에서 피해자에게 징계 절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이번 교원징계규정에서 신설된 조항이다. 이에 더해 제11조(징계의결의 기한)에서 징계의결 요구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최대 90일 이내에는 징계에 관한 의결을 하도록 강제한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교원징계규정에 대한 교수사회와 학생사회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교수사회 내에서는 대체로 이번 규정이 오랜 기간 준용해오던 사립학교법에서 탈피하고자 신설한 자체 규정이기에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문대 이재영 학장(영어영문학과)은 “오랫동안 많은 구성원의 의견이 모여 투영된 규정이다”라며 이번 규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조철원 회장(영어영문학과)은 “그동안 3개월 정직과 해임 사이에 아무런 징계도 없어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컸다”라며 “중징계와 경징계 사이가 더 세분화한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라고 교수사회에서 본 규정이 전반적으로 환영받고 있음을 전했다.

반면 학생사회는 교원징계규정에 대한 평가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했다. 먼저 총학생회(총학)는 △최대 정직 기한 12개월로 변경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명시 △학생 대상 가해자의 감경 제한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징계위원들의 중립성 보장을 위한 매뉴얼이 부족한 점은 보완돼야 함을 강조했다. 도정근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은 “현재 징계위원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윤리 규범이나 행동수칙이 매뉴얼로 정해져 있지 않다”라며 “징계위원이 사건 관련 학과 혹은 부서 소속 인원과 사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매뉴얼을 만들 것을 본부에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박재현 위원장은 “해당자 회피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부분”이라며 징계위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인문대 이수빈 학생회장(인문계열·17)은 피해자에게 징계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내용은 발전된 부분이라고 평가했으나 “징계 관련 정보 공개를 결정하는 권한이 징계위에 있기에 피해자의 권리를 완전히 보장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이번 규정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교원징계규정이 아직 미해결된 여러 교원 대상 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많은 학내 구성원이 주목했으나 본 규정은 올 한해 학내를 떠들썩하게 한 국어국문학과 P교수, 경영대 김모 교수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석민 교무처장(화학부)은 “본 규정은 9월 1일 자로 효력을 발휘하기에 그 이전에 징계 요구된 안건들은 신설된 교원징계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난 8월 해임된 서어서문학과 A교수 건을 비롯해 국어국문학과 P교수, 경영대 김모 교수에 대한 징계는 모두 기존 사립학교법을 준용한다”라고 덧붙였다.

올 한해 서울대는 교수 성추행, 표절 등의 비위가 잇달아 발생하며 명예가 실추됐다. 교수사회와 학생사회의 엇갈린 반응에서 보듯 이번 교원징계규정이 신설된 것만으로 교원과 관련된 모든 논란이 단번에 해소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법인화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려 서울대만의 독자적인 교원징계규정이 마련된 만큼, 징계위를 비롯한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뒤따른다면 이번 규정은 서울대의 명예 회복을 위한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은 국어국문학과 P교수, 경영대 김모 교수 등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징계를 신속하고 잡음 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이번에 신설된 교원징계규정이 학교가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시발점이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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