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어느 봄날 책의 향기에 취하다

◆『창의성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노혜숙 옮김, 북로드
『창의성의 즐거움』은 시카고대의 심리학자로 창의성 연구에 일생을 바친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30여 년에 걸친 연구 결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창조적 업적을 남긴 100여 명의 인물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소개하며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창의성을 고양할 수 있는가를 논하고 있다. 창의성은 일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에서도 젊은이들이 갖추고 배양하여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 새로 입학해 자신의 인생과 사회를 설계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책이다.    ­
민경환 교수(심리학과)


◆『시와 진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훈 옮김, 혜원
누구든 한 시대 속에 몸 담고,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시대는 인간의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그 모든 것은 어떻게 기록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많은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자서전의 원형이라 할 『시와 진실』이다. 원제목은 『나의 삶에서. 시와 진실』이며 괴테가 노년에 기획한 방대한 자전적 기록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시와 진실’은 ‘문학과 현실’ 혹은 ‘픽션과 사실’로도 번역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이라는 특수한 사실이, 픽션과 어울어진 다채롭고 도도한 문학적 서사에 담겨 보편적 진실로 승화됐다. 괴테의 긴 생애 중, 유년에서 26세까지의 시기만 다루고 있지만 한 예술가의 ‘기초’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 대작은 무엇보다 한 인물의 놀라운 자기 형성과정을 보어여주기 때문에 젊은이의 손에 건네고싶은 책이다.  ­
전영애 교수(독어독문학과)


◆『더 컬러 퍼플』, 엘리스 워커 지음, 안정효 옮김, 한빛문화사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흑인 여성 페미니즘 운동인 ‘우머니즘(Womanism)’의 주창자인 앨리스 워커의 작품이다. 인종차별 뿐 아니라 근친상간, 가정폭력 등을 다룬 『더 컬러 퍼플』이 발표되자 미국 사회에서 그 동안 쉬쉬했던 문제가 공개적으로 부각됐다. 책에서는 ‘흑인’인 동시에 ‘여성’이기 때문에 받았던 성차별과, 흑인 집단 내에서의 가부장성을 여성들의 ‘자매애’로 극복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소설은 주인공 셸리와 여동생 네티의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녀들의 목소리를 통해 가려져 있던 흑인 여성들의 경험에 관해 생생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아리 ‘통합과학연구회’회장배민신(사회학과ㆍ03)


◆『이중나선』, 짐 왓슨 지음, 하두봉 옮김, 전파과학사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견한 이래 유전학과 육종학이 발달해 인류가 오늘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면, 왓슨과 크릭이 유전자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이래 유전자가 실험실의 연구 물질로 다루어지게 됐고, 발견 후 50년 만에 생명공학 시대가 실현됐다. 핵산 구조학의 전문가도 아닌 왓슨이 25세의 어린 나이에 어떻게 엄청난 발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담 차원에서 쉽고 재미있게 기술한 책이다. 대학생으로서 과학의 역사적 발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다.     
김병동 교수(식물생산과학부)


◆『수학 : 새로운 황금시대』, 키스 데블린지음, 허민 옮김, 경문사
가족에서부터 초등학교 동창에 이르기까지 수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더 이상 수학에서 연구할 것이 뭐가 있냐’는 물음이다. 이 책 『수학 : 새로운 황금시대』는 현대 수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무엇인지, 20세기에는 어떠한 수학적 발견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시대의 수학자들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이 순간, 어느 때보다 훨씬 다양한 수학적 사실들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꾸준히 지식의 변경을 탐험해 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독립적인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 입맛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동아리 ‘SEHM’회원 문한봄(수학과 석사과정ㆍ05)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에드워드 P. 톰슨 지음, 조효제 옮김, 창비
이 책은 1780년에서 1832년에 걸쳐 영국의 노동자들이 지배자와 고용주에 맞서 자신들의 고유한 이해관계를 ‘형성(making)’하는 과정을 담은 한편의 서사시다. 이 책의 전면에는 노동자라는 범주화된 단어보다 가난한 양말제조공, 러다이트 운동에 가담한 전모공, 시대에 뒤떨어진 수직공이라는 말이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저자는 계급을 거대한 이론에 천착한 ’사물(thing)'이 아닌 역사적 현상이 빚어낸 ‘관계’로 사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산업혁명기 영국의 노동계급에 대한 종래의 정설을 넘어 노동자들의 주체적 역량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당대에 제기됐던 공업화의 문제, 민주주의의 문제 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톰슨의 논의는 오늘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학회‘The Political’ 회장 구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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