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관악뿐만 아니라 연건, 평창, 곧 생겨날 시흥까지 여러 캠퍼스를 운영하는 거대한 대학이다. 그러나 수원캠퍼스 부동산 세금 분쟁이나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내 갈등에서 볼 수 있듯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멀티캠퍼스 논의는 뚜렷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신문』은 점점 잊혀 가고 있는 수원캠퍼스와 2014년 신설된 평창캠퍼스의 현황을 살펴보고, 나아가 시흥캠퍼스를 내다보며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멀티캠퍼스 정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대는 왜 서울 바깥에도 있을까

멀티캠퍼스는 제2캠퍼스 혹은 이원화캠퍼스라고도 불린다. 분교와 달리 멀티캠퍼스는 대학이 다른 지역에 캠퍼스를 신설하거나 다른 대학과 통합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캠퍼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국제 경쟁력 제고, 교육·연구 환경 개선, 시설 확충, 학문 간 융합 등 다양한 이유로 멀티캠퍼스가 추진돼 왔다. 박배균 교수(지리교육과)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대학의 국제화 논의와 맞물려 멀티캠퍼스가 유행처럼 번졌다”라며 “특히 역사가 길고 주로 도심에 위치한 사립대들이 공간 확장에 어려움을 느껴 멀티캠퍼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멀티캠퍼스로 출발한 서울대는 캠퍼스 종합화 이후의 분산화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멀티캠퍼스를 운영해 왔다. 해방 이후 1946년 옛 경성대와 여러 전문학교의 통합으로 설립된 서울대는 애초 동숭동, 연건동, 공릉동 등 각지에 캠퍼스가 흩어져 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대는 관악캠퍼스로의 캠퍼스 통합을 계획했으나 연건의 의약계와 수원의 농학계는 현장 실습 시설로 각각 병원과 농·목장이 필요했기에 부지가 한정된 관악으로는 이전이 어려워 종합화 계획에서 배제됐다.

캠퍼스 종합화로 1975년 대부분의 단과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했으나, 미이전 캠퍼스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수원캠퍼스는 관악캠퍼스와의 교류 부진, 수원시 일대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농·목장 운영 난관, 인근 군 비행장 소음, 지원 부족 및 시설 노후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더해 국내 농학 연구의 패러다임이 생산 위주에서 기계화·자동화된 첨단 기술 위주로 전환되자 농학과 공학·생명과학 간의 연계가 중요해지며 농대 이전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1987년 이후 이어진 수원캠퍼스 이전 논의는 신축 부지가 여러 차례 변경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2003년 관악캠퍼스로 농생대와 수의대가 최종 이전하면서 한차례 마무리됐다. 그러나 농·목장 등 실험 시설은 여전히 수원에 남아 있었다. 관악캠퍼스 내에 마땅한 부지가 없었을 뿐더러 이전의 필요성이 학내에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농생대 이전은 캠퍼스 종합화의 일환으로 학문 간 연계와 학생들의 수월한 기초교양 수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됐다”라며 “당시 본부도 캠퍼스 부지는 매각하되 농업시험장은 수원에 그대로 남겨 놓겠다는 식으로 논리를 폈다”라고 말했다.

농생대와 수의대의 이전으로 캠퍼스 종합화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역설적이게도 멀티캠퍼스 신설 논의가 싹텄다. 수원에 남아 있던 현장 실습 시설 또한 이전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화간척지나 익산시 등이 이전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서울대는 평창군에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5월 강원도와 평창군은 서울대에 농·목장 이전 및 연구 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으며, 같은 해 12월 서울대는 이를 수락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그린바이오 첨단연구단지 조성사업’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최영찬 교수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던 당시 정부와 정치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던 지역 정치인들과 서울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겠나”라고 평했다.

 

'세금 공방' 수원캠퍼스, 경기도 손에서 재탄생하다

농생대와 수의대가 관악으로 이전하고 실험 시설도 평창으로 옮겨가자 수원캠퍼스는 교육·연구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채 사실상 폐지됐다. 애초 계획됐던 부지 매각 또한 차질을 빚으면서 수원캠퍼스는 대부분의 시설이 출입 통제된 채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됐다. 심지어는 SNS 등지에서 여름철 공포체험 명소로 인기를 끌 정도였다. 

수원캠퍼스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던 서울대는 그 결과 2015년 수원시로부터 36억 원의 ‘세금 폭탄’을 맞았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국립대로서의 지위를 상실해 「지방세특례제한법」 제41조(학교 및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면제)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날 때까지 교육·연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지방세를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시의 과세 조치가 알려지자 서울대는 이에 반발하며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대는 수원캠퍼스 부지가 교육·연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립대 시절의 비과세 지위를 승계했다고 주장했으나, 2년여간의 법정 다툼 끝에 결국 패소했다.

이렇듯 명확한 정체성 없이 고립돼 있던 수원캠퍼스 일대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대가 아니라 경기도다. 2012년 경기도는 도유지인 당시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부지를 수원캠퍼스 부지 중 서울대 법인 소유를 제외한 국유지 약 65%와 맞바꿨고, 2016년 이곳에 ‘경기상상캠퍼스’를 개관했다.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테마로 내세우는 경기상상캠퍼스는 청년 창업과 창작을 장려하고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는 경기문화재단 산하 일곱 개 건물 외에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를 포함해 총 여덟 개 건물이 입주해 있다.

경기상상캠퍼스는 경기도 재정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국비 지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안전 기준 요건을 충족해 굳이 철거할 필요가 없는 건물들의 역사성을 그대로 살리고,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도시농업이나 업사이클링 관련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인형극제 in 수원’ 등 경기도가 진행하는 각종 축제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팀 임은옥 팀장은 “경기상상캠퍼스가 지난해 개관 3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 40만 명을 기록했다”라며 “군 비행장 소음 문제 등으로 낙후된 동네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이 일대가 점차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가 관리하는 영역은 사뭇 풍경이 다르다. 옛 수원캠퍼스 일대를 거닐다 보면 녹색 철제 울타리로 가로막힌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채 매각되지 않은 서울대 소유 부지임을 알리는 표식이다. 옛 수원캠퍼스 부지의 약 35%를 차지하며 농생대 창업지원센터와 중앙도서관 문서보관실 등이 위치한 이 공간은 2016년 경기도가 120억 원을 들여 ‘융복합 문화예술플랫폼 조성’ 사업을 추진해 기대를 모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서울대와 경기도가 리모델링 방향에 이견을 보이며 지연되다가 결국 지난 1월에 이르러서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건물 준공은 완료됐으나 아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대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철제 울타리는 서울대와 지역 사이의 소통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경기상상캠퍼스가 문을 연 지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지만, 지난 7월 중순 취재 당시 경기상상캠퍼스 측에서 서울대 관계자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기자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이는 아직 유의미한 소통 창구가 미비하다는 증거기도 하다. 임은옥 팀장은 “서울대가 지역축제나 큰 행사가 있을 때 단기적으로 협력하긴 하나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체계는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라며 “경기도는 서울대와 함께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창, 멀티캠퍼스 신설의 첫 삽을 뜨다

수원캠퍼스 이전 논의로부터 시작된 평창캠퍼스는 국제화와 산업화를 목표로 2014년 문을 열며 국제농업기술대학원·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농생대 목장을 세 축으로 하는 학업·연구·산학협력 그린바이오 클러스터로 출발했다. 그러나 캠퍼스 설립 과정에서 지역과 갈등을 겪는 등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캠퍼스 입주 가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변 상권을 해칠 수 있다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고, 목장에서 나오는 돼지 분뇨가 환경오염과 악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우려도 있었다. 그 결과 평창캠퍼스는 캠퍼스 내에 기본적인 식당과 매점만 설치했으며, 목장에서도 소와 닭만 사육하고 있다. 농생대 학장을 겸하고 있는 국제농업기술대학원 이석하 원장(식물생산과학부)은 “캠퍼스 설립 초기에는 일부 마찰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결된 상태”라며 “평창군도 평창캠퍼스가 발전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지역 상생의 측면에서 평창캠퍼스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창캠퍼스는 전체 구성원 369명 중 3분의 1이 강원도민이며, 그중 대부분이 평창군민으로 지역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에게는 익숙한 ‘약콩두유’ 또한 평창 지역 농가의 콩을 수매해 생산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중순 취재 당시에는 식당 공사로 급식이 중단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캠퍼스 구내식당을 제공하고 교직원들이 배식 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교육지원사업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평창군이 서울대 평생교육원과 함께 운영 중인 ‘HAPPY700평창 시민대학’이나, 서울대 학생이나 동아리가 지역 학생들과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인근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박현정 기획팀장은 “멘토링을 진행하기 위해 관악에서 멀리까지 찾아온 학생들은 밤을 새우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지역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평창캠퍼스는 준공 이듬해인 2015년 ‘유령캠퍼스’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평창캠퍼스 건립에는 2013년까지 서울대가 2,222억 원, 강원도가 597억 원, 평창군이 299억 원을 각각 출자해 총 3,118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에 2015년 서울대 국정감사 당시 평창캠퍼스에 막대한 세금이 투자됐음에도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 전임교원과 학생 수가 정원 미달이며 산학협력 입주 기업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석하 원장은 과거 평창캠퍼스가 설립 직후 유령캠퍼스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1학기 기준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 전임교원 총정원 25명 중 23명이 근무하고 있다”라며 “최근 입학 경쟁률도 상승세를 거듭하는 등 점차 개선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학생 수가 부족한 점과 박사과정이 개설돼 있지 않다는 점은 평창캠퍼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애초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은 석사과정 정원 60명과 정원외 외국인 전형 4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재학생은 60여 명에 불과하고 그중 외국인 비율도 20% 남짓인 실정이다. 또한 박사과정이 설치돼 있지 않아 지속적인 연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재 유출의 우려도 존재한다.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이인복 원장(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은 “안정적인 연구 기반 마련은 물론 국제적인 학술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도 석사과정 학생 충원과 박사과정 신설은 필수”라며 “추가적인 신입생 확보를 위해 관악캠퍼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산학협력을 활성화할 방안도 필요하다. 산학협력 부진은 평창캠퍼스가 설립 초기부터 주로 비판받아온 지점이다. 평창캠퍼스의 산학협력 실적은 2017년 산학협력동을 준공하고 ㈜셀트리온, ㈜종근당바이오, ㈜우리두 등 각종 입주기업을 유치하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서울대의 법인 예산이 평창캠퍼스에 추가 투입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기업이 학내에 입주하게 될 경우 서울대 내부 규정상 브랜드 사용료나 임대료 등을 지불해야 하기에 애초 투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강상기 교수(국제농업기술대학원)는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그린바이오 산업의 가치나 평창의 자연환경을 고려해 보면 평창캠퍼스의 입지가 불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기업체 처우나 임대 규정 등에 대해서는 본부와 평창캠퍼스가 앞으로 협력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평창캠퍼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관악캠퍼스와의 단절이다. 평창캠퍼스가 개원한 지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들지만, 관악캠퍼스 구성원에게 평창캠퍼스는 타 단과대나 전문대학원보다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관악캠퍼스와 연결되는 셔틀버스 등 교통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교직원과 학생 모두 고초를 겪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평창캠퍼스는 본부 및 타 캠퍼스와의 지속적인 교류 및 연계에도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강상기 교수는 “관악캠퍼스의 교수들과 함께 학술행사를 진행하려 해도 지리적 한계도 있고 숙소도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석하 원장은 “관악캠퍼스와 평창캠퍼스 간 단절이 존재함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 교무부원장과 학생부원장을 신설해 이들이 본부 회의에 참여하게 되면서 소통 기회는 늘었다”라고 말했다.

 

법인화와 멀티캠퍼스의 현주소, 그리고 시흥

멀티캠퍼스 문제는 서울대가 진정한 국립대학법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례로 수원캠퍼스의 유휴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방세를 추징당한 것은 법인 재정에 큰 타격을 입혔다.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 클러스터를 목표로 현재 조성 중인 ‘시흥 스마트캠퍼스’ 또한 서울대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이익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평창캠퍼스는 법인화 이전부터 국고가 출연된 목적사업으로서 지금까지도 최소한의 운영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흥캠퍼스의 경우에는 지자체의 지원과 부지 무상제공으로 진행되는 1단계 개발 이후부터는 법인 예산을 투입해 추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세부적인 재원 조달 방안 또한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효율적인 멀티캠퍼스 운영을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적인 수익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8년 기준으로 서울대 법인회계 세입은 정부출연금 수입 54.8%, 등록금 수입 23.8%, 수입대체경비 14.3% 순이었다. 그러나 2017년 약 4,526억 원이던 정부출연금 예산은 2018년 약 4,371억 원, 2019년 약 4,576억 원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출연금에만 기대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록금 수입을 통한 예산 확보도 11년 연속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라 전망이 밝지 않은 실정이다. 윤의준 연구처장(재료공학부)은 “정부출연금은 정체되고 등록금도 동결된 상태에서 대학재정을 확충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경쟁력 있는 특허를 사업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정성 기획부총장도 “자체재원 확보를 위한 수익사업은 필요할 수 있으나 단순히 학교 브랜드만을 내세우겠다는 발상은 절대 금물”이라며 “국가지원을 받는 공적 기관으로서 책무를 인식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연구 성과에 기반을 둔 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대의 산학협력 혁신은 자체적으로 제시한 목표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32조(대학운영계획의 수립·평가 및 국가의 지원)에 따라 서울대는 4년 단위로 대학운영성과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이를 반영해 매년 회계연도 시작 이전 대학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공표해야 한다. 이 계획을 바탕으로 성과지표가 평가되고,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대학운영성과목표에서 산학협력체제 혁신 성과의 평가 지표인 기술이전 수익은 2017년 목표치 약 45억 4천만 원 대비 실적 약 41억 7천만 원으로 달성도 91.9%, 2018년 목표치 약 47억 7천만 원 대비 실적 약 42억 3천만 원으로 달성도 88.7%로 정체돼 있다. 제시한 목표에 비해 미흡한 실적을 거두고 있기에 대학 차원에서 기술이전과 기술평가의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윤의준 연구처장은 “그간 서울대에서는 기술이전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라며 “기술이전 실적이 국내 대학 중 1위기는 하나 해외 유수 대학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학협력단 변리사를 활용하고 간접비 재원 투입을 통해 경쟁력 있는 특허 창출 및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전과 기술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내 소통 부족과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로 제시된다. 특히 학내 거버넌스 전반에서 시흥캠퍼스 논의를 비롯해 학내 공론화가 부재했다는 점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박배균 교수는 “관악캠퍼스 과밀화 해결이나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이 중요하기는 하나 그 결과가 왜 시흥캠퍼스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지 학생사회는 물론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사회나 집행부뿐만 아니라 서울대 구성원의 세 축인 교원, 직원, 학생 모두에게 학내 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않아 구성원 간 의견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찬 교수는 “멀티캠퍼스만 보더라도 학내 충분한 의사 수렴 없이 일부 교수진이나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우선 따졌다”라고 주장했다. 여정성 연구부총장은 “서울대에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고 실감하고 있다”라며 “오세정 총장 취임 후 8개월간 내부 소통 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멀티캠퍼스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캠퍼스 신설이란 단순히 땅을 마련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이 아니기에 발전 및 운영 계획 수립, 교육과정 준비, 지역과의 상생 등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관악캠퍼스의 과밀화, 수원캠퍼스의 방치, 평창캠퍼스의 고립 등 서울대는 이미 운영 중인 멀티캠퍼스의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흥캠퍼스가 설립 과정에서부터 학내에서 최대 갈등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기도 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캠퍼스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명확한 비전을 정립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기존의 캠퍼스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여정성 기획부총장은 “평창캠퍼스의 경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상대적으로 학교 안에서 소외돼 있었던 점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시흥캠퍼스는 관악캠퍼스와 연계해 발전계획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인식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법인 재정 규모가 위축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멀티캠퍼스 신설과 같은 공간 확장만이 능사는 아니다. 서울대가 평창, 시흥까지 진출하며 멀티캠퍼스를 위시한 확장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 브랜드 장사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착실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울대 차원에서 멀티캠퍼스의 필요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캠퍼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학내 구성원의 합의를 구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시흥캠퍼스 홍보관 개관식의 기념사에서 오세정 총장은 “시흥캠퍼스는 이미 준비돼 있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미 시흥캠퍼스의 주사위가 던져졌음은 분명하다. 시흥캠퍼스를 비롯한 멀티캠퍼스가 기존 서울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과 화합하며 21세기 서울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교육과 연구의 실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삽화: 송채은 기자 panma20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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