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아들인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에게 선물한 청동거인 탈로스(Talos). 외적의 침입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기능을 가졌으니, 요즘 말로 하면 인공지능을 완비한 경비 로봇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알라딘〉에 등장하는 램프 속 지니는 주인과 대화하며 소원을 들어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인공지능 비서다.

이렇듯 오래전부터 문학작품이나 상상 속에 등장해 온 인공지능이지만, 이에 관한 공학적 연구는 불과 70여 년 전 정보과학의 선구자 튜링(Turing)이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최근에야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대표되는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의 발전에 힘입어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혁신적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을 받게 됐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영화 속 알라딘과 재스민이 부르던 노래의 제목처럼 완전히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서울대는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종합대학으로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연구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공과대학뿐만 아니라, 미래의 화폐(Currency)로 지칭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여러 단과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인문학적 고찰이나, 법제적 측면, 예술적 응용에 관한 연구 또한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시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서울대는 최근 총장 직속으로 ‘AI for ALL’의 캐치프레이즈를 갖는 AI위원회를 출범했고, 빅데이터 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도 내년 3월 문을 연다. 또한, 공과대학 동문의 기부로 해동AI기술원(가칭)이 수년 내 관악산 기슭에 자리 잡을 예정이며, 이를 확장해 관악캠퍼스 인근 지역에 산학협력단지인 AI밸리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등 서구권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막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접목된 시스템반도체 기술을 육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한국의 장점을 살려 의생명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유망하다. 최근 일본과의 갈등으로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을 만나기 위해 우리 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고민과 소원은 무엇일까? 요술램프 속 지니가 간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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