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청와대 국민청원, 그 후 ③ 제주도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 차게 내놓은 공약으로, 국민과 청와대의 직접적인 소통창구자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해왔다. 그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많은 청원이 올라왔고, 일부는 ‘20만 명 동의’라는 조건을 충족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학신문』은 그중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청원 세 개를 선정해 기사로 다룬다. 청원의 배경과 청와대의 답변을 분석하고 청원으로 촉발된 변화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짚었다.

난민, 맞죠?

지난해 여름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화제가 됐다. 청원은 난민 신청자의 유입으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난민 제도가 악용된다고 호소하며 「난민법」을 비롯한 기존 제도를 폐지하거나 엄격하게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 2018년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에 대거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한 일로 난민에 대한 반감과 불안이 고조된 결과였다. 청원에 참여한 A씨(경제학부·18)는 “난민심사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범죄자일 수도 있는 난민들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난민심사 제도의 악용 가능성은 이미 수차례 지적됐다. 특히 난민심사 중 체류가 가능한 점이 문제가 됐다. 정인섭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신청자가 추방을 면하기 위해서 난민 불인정 후에도 거듭 심사를 신청하는 악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라며 최근 급증한 난민 신청이 심각한 문제임을 알렸다. 정 교수는 “난민의 인권과 행정의 어려움 중 어느 한쪽 시각만 택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규제책이 마련될 필요는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청원은 약 71만 명의 동의를 받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답변으로 이어졌다. 박상기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협약 탈퇴 시 국제사회 발언권 약화, 국제적 고립 등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를 되새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난민 신청자의 SNS 계정 제출 의무화 △마약, 전과, 전염병 여부 조사 △신청인이 심사 기간 중 귀국 시 난민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 고려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한 심사 인력 증원 △난민 인정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 관리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개선일까, 개악일까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약속한 개선의 일환으로 지난 3월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개정안 초안은 △별다른 이유 없이 반복된 난민 인정 신청에 법무부가 ‘부적격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심사를 도입하고 △명백한 이유 없는 난민 인정 신청에 법무부가 ‘불인정 결정’을 내려 1심으로 소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며 △‘불인정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무부의 개정안이 난민 인정의 장벽을 높인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의 난민 인정 비율이 유엔 회원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현실에서 법무부가 발표한 개정이 오히려 난민심사의 기회를 줄인다는 지적이다. 난민인권센터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김연주 활동가의 글에서 “법무부의 개정안은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고, 공정하고 충실한 난민심사 기회를 보장하기 힘들다”라고 밝히며 법무부가 인프라 확충, 심사의 효율화보다도 심사로의 유입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난민인권 공동행동’ 김영민 대표(사회교육과·19) 역시 “사전 심사의 도입은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을 축소하고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어렵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반대의견을 이유로 개정안을 수정하고 있으며, 아직 국회에 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심사 체계가 문제

국민의 불안과 낮은 난민 인정 비율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민심사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재민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한국이 난민 수용 체계를 구축하는 속도가 국제화 및 난민 유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라며 “이로 인한 난민심사의 체계 부실로 난민 불인정 결정이 잦아 인정 비율이 낮게 나타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난민과 산하 난민위원회를 분리해 난민심사 관련 사무처리 및 이의신청을 전담하는 난민심사과를 2020년 신설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난민심사과 신설을 통해 난민위원회의 이의신청 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의신청 심의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며 이로써 난민심사 기간 장기화에 따르는 난민 신청자의 제도 남용 및 심사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법무부는 난민심사를 전문화하는 방안으로 난민심사 전문 인력과 통역 인력의 확보를 확보하고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난민 전담 공무원의 직무교육을 운영하고, 지난 4월부터 난민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법무부는 또한 “전문 통역인을 추가 채용하고 난민 통역 교육 수강을 의무화했다”라며 통역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익인권법센터 ‘어필’(APIL)의 김세진 변호사는 “이의 심사는 난민위원회 위원이 해야 하는데 지금은 직원이 심사를 하고 위원은 보고받는 실정이다”라며 “난민심사과 신설로 인해 위원이 실질적 심사를 맡지 않는 상황이 굳어질 것이 우려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새로이 충원한 난민 전문가와 전문 통역 인원이 난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민 교수는 “법무부의 최근 조치는 심사 체계를 강화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부족한 체계를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는 “세간에 난민과 관련한 왜곡된 괴담들이 떠돌았다”라며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사실 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난민을 보호하면서도 소위 ‘허위 난민’의 유입을 방지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왜곡된 소문이 아닌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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