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까지 짧지 않은 세월을 관악캠퍼스에서 보냈다. 그동안 필자에게 『대학신문』은 캠퍼스 곳곳에 비치된 당연한 존재였다. 평소 우리가 우리 주변을 둘러싼 공기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필자도 항상 당연하게 봐왔던 『대학신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필자는 『대학신문』 1994호 9면에 언급된 ‘서울대학교 멀티캠퍼스’의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전라남도의 한 부속 시설로 인사발령이 나며 자연스럽게 『대학신문』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들여다본 『대학신문』은 필자가 흐릿하게 가지고 있던 인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필자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접해왔던 매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학신문』이라 하면 그저 각종 학사일정을 알리고 주요 학생사회 이슈를 다루는 학생 언론 정도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예를 들면 개강, 종강을 알리고 학교 정책이나 전학대회, 총학 선거, 각종 학생집회에 대해 다룬다든지 하는 매체 말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기사만 나왔을 리 만무하지만, 필자가 『대학신문』이 어떤 언론인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런 이미지만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1994호는 『대학신문』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학내외를 아우르는 종합언론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생각한다. 성적 장학금이나 교원징계규정, 멀티캠퍼스 관련 기사 등 학교 정책에 관한 기사는 학내언론으로서의 본 역할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말하는 것 같았으며, 내용 측면에서도 심층적인 정보가 전달력 있게 제시되고 있었다.

한편으로 생협 노사 합의, 일반노조 협상 등에 관한 기사가 1면에 비중 있게 배치됐고, 더불어 청각 장애인 특집까지 심도 있는 기사가 실려 『대학신문』이 학생사회 주변 곳곳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십상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사들이 비중 있게 다뤄졌기에 더욱 그런 인상을 받은 듯하다.

다른 지면을 살펴보면 사회면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집회 현장스케치, 학술면의 수소경제 특집기사, 그리고 문화면의 황두진 건축가 기사까지 구성 면에서 어느 한 분야의 소홀함이 없었고, 내용 면에서도 각 기자의 취재 노력이 독자에게 충분히 전해질 만큼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관악캠퍼스를 벗어나 보니 하나의 언론으로서 『대학신문』을 오롯이 바라보게 된다. 매주 양질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도 눈에 들어온다. 한 발짝 멀어지니 같은 것이 이렇게 새로 보일 줄이야. 『대학신문』도 때론 다가서기도, 때론 물러서기도 하며 다양한 시선에서 풍성한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주길 바란다.

김현욱 주무관

남부학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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