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된 주제 중 하나는 ‘거주 방식’이다. 기숙사가 아니라 통학이라고 대답하면 얼마나 걸리는지 흔히들 물어본다. 나는 빠르면 3시간 30분, 출퇴근 시간처럼 사람이 많은 시간대거나 배차 간격을 놓치면 4시간이라고 답한다. 그렇게 대답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같은 처지라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공감을 하거나 어디 사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통학하냐고 놀라며 반문하거나. ‘성남’에 산다고 하면 더욱 놀란다. “성남이 그렇게 오래 걸려? 거기 서울 아니었어?” 경기도 성남 시민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입주 신청 대상이 아니다. 필자뿐만 아니라 관악사 신청 제외 대상 지역에 살아서 하루 4시간씩 통학하는 친구도 있다. 명백히 행정 구역상 서울 근거리인 성남 지역에 살고 있지만, 하루 4시간 동안 통학하는 평범한 대학생의 입장에서 관악사 입주 신청 제한 지역 축소를 주장하고자 한다.

현재 관악사 입주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주 지역은(학부생 기준) 서울(노원구, 도봉구 제외), 부천, 광명, 안양, 시흥, 과천, 성남, 군포, 의왕 및 경기/인천 근거리 지역이다. 하지만 왕복 통학 시간이 4시간인 지역이 기숙사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이다. 네이버 지도를 이용해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대학교 간 길 찾기를 해 보면 자동차로는 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관악사 입주 신청을 못하는 한 친구가 사는 곳인 은평구와 서울대학교 간 거리도 자동차로는 5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15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서울 원거리로 분류된 노원구, 도봉구는 얼마나 걸릴까? 노원구의 경우 자동차로 1시간 1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걸리며 도봉구의 경우 자동차로 1시간 20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40분이 걸린다. 대학생, 특히 학부생의 경우 자동차를 이용해 통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한다고 가정했을 때 거의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관악사 신청 제한 지역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궁금하다. 분명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왜 어느 지역은 신청 대상이고 어느 지역은 신청 제외 대상인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만약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의 시간을 기준으로 했다면 학부생 중 자동차를 타고 통학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 단순히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했다면 실질적인 거리 비교를 해야 하며 단지 ‘거리’가 얼마인지보다 통학 ‛시간’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소득분위 60%, 거리 20%, 성적 20%로 여러 기준을 종합해서 평가해 입주 대상을 선정하는 관악사기 때문에 신청 지역 제한이 완화돼 신청한다고 해도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학으로 인해 버렸던 시간을 알차게 쓸 기회, 지옥철과 만원 버스에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통학하며 진이 빠지는 일이 없을 기회, 우주 공강 시간에 방황하지 않을 기회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이 관악사에 입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기차, 시외버스를 타고 편도만 4시간씩 걸리는 지방 지역 학생을 우선해 선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점은 지역별 거리 점수의 차등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실질적인 통학 시간을 고려해 관악사 입주 신청 제한 지역 제한을 완화해주기를 바란다.

이가영

간호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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