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어린 시절 추억 한편에 있던 사이트의 이름이 여러 곳에서 오르내렸다. 바로 싸이월드다. 안타깝게도 좋은 소식 때문은 아니다. 며칠 전부터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접속 불가 상태라는 것이다. 한때 한국 인터넷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싸이월드가 몰락해가고 있다는 소식은 몇 년 전부터 가끔 들려오긴 했지만 지금 나오는 뉴스를 보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 접속 불가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 물론 지금 이 일에 의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이용자다. 그들은 예전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겨둔 사진과 글 같은 추억이 사이트와 함께 영영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터넷 기사 댓글이나 SNS에서도 미니홈피 사진 백업이라도 할 수 있게 잠시만 사이트를 열어달라고 호소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번 일뿐만 아니라 한때 사람이 많이 이용하던 사이트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은 종종 들려온다. 이러한 일들을 볼 때마다 기술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추억을 손쉽게 남길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자신의 통제에 두기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남긴 추억들이 자신의 부주의가 아니라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무서운 일이다. 그동안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여겼던 추억도 결국 자본 논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추억을 남기는 방식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사진이나 동영상 뿐만 아니라 360도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것도 요즘 SNS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은 점점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남길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기록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방식도 간단해지고 있다. 과거 저장용량이나 데이터양, 인터넷 속도 등으로 인해 올리기 번거로웠던 동영상도 이제는 SNS에 손쉽게 올릴 수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동시에 SNS나 클라우드에 업로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이나 글을 남기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들고 다니면 우리가 언제 어떤 곳에 있었는지 알아서 기록되기도 한다. 가깝거나 먼 미래에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와 인간의 결합이 더 진전된다면 사람들에게 더는 자신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등의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자동으로 저장되고 더 나아가서는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재현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위의 이야기들이 상상이긴 하지만 현실이 된다면 사람들은 그들이 경험한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추억을 계량한다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지만 SNS나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추억의 밀도는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번 싸이월드 접속 불가 같은 일이 이런 상황에서 생긴다면 그때 사람들의 느낄 상실감은 미니홈피의 사진과 글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사회에 주는 영향도 단순한 해프닝 수준으로 그치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의 추억을 온전하게 지켜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미니홈피에 많은 추억을 두고 온 사람들은 만약 싸이월드가 다시 열린다면 이번에야말로 잊지 말고 소중한 추억들을 딴 곳으로 잘 옮겨두길 바란다. 

여동하 간사

삽화: 김채영 기자 kcygag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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